[리뷰] 인상적인 마무리, AMD A10-7860K APU(고다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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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3월 15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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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출시 주기를 살펴보면 차량 출시 후, 몇 년이 지나면 기존 차량의 일부 기능을 개선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오고, 여기서 또 몇 년이 지나면 완전히 새로운 차량인 ‘풀체인지’ 모델이 나온다. 풀체인지 모델의 인기가 더 높고 주목도 많이 받지만, 소비자 중에는 오히려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풀체인지 모델에 비해 디자인이 조금 구형 티가 나긴 하지만, 시장의 검증을 충분히 받았고 전반적인 안정성 면에서도 나은 면모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PC용 부품 중에도 '페이스리프트'에 해당하는 제품이 종종 나온다. 이런 제품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기술에 기반해 개발된 제품이기 때문에 폭발적인 성능의 향상은 없지만, 안정성이나 전력 효율을 개선해서 나오곤 한다.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않아 전반적인 구매 가치도 의외로 괜찮다. 이번에 소개할 AMD의 데스크탑 PC용 신형 APU(CPU와 GPU의 융합을 강조한 통합 프로세서)인 A10-7860K도 그런 제품이다. 사실상 현 세대 APU의 마무리를 짓는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기존 공정 기반으로 성능 및 효율성 개선한 제품


AMD A10-7860K(코드명 고다바리)는 2014년에 나온 A10-7850K(코드명 카베리)의 개량형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아키텍처(기본설계)나 제조공정(28nm), 칩의 모양, 이용하는 메인보드의 규격 등은 같지만 클럭(동작 속도)이나 소비 전력 등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117달러다. A10-7850K는 처음 나왔을 때 179달러였다가 최근 115달러로 가격을 인하한 바 있다. 2016년 3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A10-7850K는 15만 8,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으니 A10-7860K 역시 비슷한 가격에 시장에 풀릴 것이다.

AMD A10-7860K 패키지 (출처=동아닷컴)
AMD A10-7860K 패키지 (출처=동아닷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10-7860K는 기존 A10-7850K와 동일한 FM2+ 규격 소켓의 메인보드를 이용하며, 쿼드코어 구성의 CPU를 갖춘 점이 같고, 기본 클럭은 3.6GHz로, 오히려 A10-7850K(3.7GHz)보다 0.1GHz 낮다. 대신 터보코어(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할 때 임시적으로 클럭을 기준치 이상으로 높임) 상태에서의 최대 클럭은 4.0GHz로 둘 다 동일하다.

CPU-Z로 확인한 A10-7860K의 정보 (출처=동아닷컴)
CPU-Z로 확인한 A10-7860K의 정보 (출처=동아닷컴)


그리고 내장 GPU는 현재 팔리는 CPU 내장형 그래픽 중에서도 제법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라데온 R7(8코어 구성)을 탑재했다. 별도의 고가 그래픽카드 탑재 없이도 대중적인 게임의 구동 정도는 원활히 할 수 있다는 것이 AMD APU의 주요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TDP 감소, 신형 쿨러를 통해 소비전력과 발열 개선 노려

클럭이 거의 같은데도 불구하고 소비전력이 상당히 개선된 것 같다. TDP(열설계전력)가 A10-7850K는 95W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는데, A10-7860K의 TDP는 65W다. 단순히 클럭을 0.1GHz 낮췄다 하여 이 정도의 소비전력 개선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내부적인 효율성 개선 튜닝을 제법 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A10-7860K에 동봉된 쿨러 (출처=동아닷컴)
A10-7860K에 동봉된 쿨러 (출처=동아닷컴)


프로세서의 열을 식히는 쿨러 역시 달라졌다. 알루미늄 방열판과 구리 히트파이프, 그리고 붉은색 냉각팬으로 이루어져 있는 신형 쿨러는 PC 튜닝용 솔루션으로 제법 잘 알려진 쿨러마스터(Cooler Master)에서 제조한 것이다. 기존 쿨러에 비해 냉각성능을 높이고 소음도 개선한 것을 강조한다.

쿨러 바닥면 (출처 = 동아닷컴)
쿨러 바닥면 (출처 = 동아닷컴)


참고로 AMD는 기존의 28nm 공정보다 미세해진 14nm 공정을 도입한 APU 및 GPU 제품을 올해 중순부터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A10-7860K는 28nm 공정으로 제조된 기존 아키텍처 제품의 끝자락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존의 메인보드를 유지하면서 저렴하게 업그레이드를 하고자 한다면 나름 괜찮은 선택이다. 그렇다면 성능은 어떨까?

전작인 A10-7850K와 성능 비교해보면?

테스트 시스템은 A10-7860K APU를 기반으로, 에이수스 A88X-PRO 메인보드, 8GB PC3-12800 DDR3 메모리(4GB x 2), 인텔 535 시리즈 SSD(120GB)를 탑재한 윈도우10 64비트 PC를 이용했다. 기존의 A10-7850K APU 역시 동일 시스템에서 테스트 한 바 있으니 비교가 될 만 하다.

A10-7860K의 장착 (출처=동아닷컴)
A10-7860K의 장착 (출처=동아닷컴)


시스템의 연산 능력을 측정, 점수로 매기는 패스마크 퍼포먼스 테스트의 CPU 마크 점수를 측정해보니 A10-7860K의 CPU는 5603점을 기록했다. 동일한 테스트에서 A10-7850K는 5,516점을 기록한 바 있는데, 큰 차이는 아니지만, 클럭 수치가 0.1GHz 낮은 A10-7860K가 오히려 약간 더 나은 성능을 기록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수치는 경쟁사인 인텔의 4세대 코어 i3(코드명 하스웰)과 비슷한 수준이다.

PASSMARK 결과 (출처=동아닷컴)
PASSMARK 결과 (출처=동아닷컴)


GPU의 게임 구동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3DMark 소프트웨어도 구동해봤다. 고사양 콘텐츠의 구동 상태를 상정한 ‘Fire Strike’ 모드를 이용, 구동 후 측정된 점수를 비교했다. 기존의 A10-7850K가 1,302점을 기록한 이 테스트에서 A10-7860K는 1,503점을 기록했다. CPU 보다 GPU의 성능 향상이 더 인상적인 수준이다.

3DMark 결과 (출처 = 동아닷컴)
3DMark 결과 (출처 = 동아닷컴)


제법 인상적인 게임 구동 능력

벤치마크 프로그램의 점수대로라면 실제 게임 성능이 기대된다. 일단 국민 게임이라고 불리는 리그오브레전드(LOL)을 구동해봤다. 화면 해상도 1,920 x 1,080, 그래픽 품질을 모두 ‘높음’ 상태에 둔 상태로 소환사의 숲에서 20여 분 정도 플레이, 초당 평균 프레임을 비교해봤다. 이런 테스트에서 초당 30프레임 내외라면 무리 없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수준, 60프레인 이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수준으로 본다.

LOL 구동 테스트 (출처=동아닷컴)
LOL 구동 테스트 (출처=동아닷컴)


테스트 결과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A10-7850K 역시 평균 77 프레임 정도를 기록, 상당히 양호한 성능이었는데 A10-7860K는 평균 85프레임 정도를 유지하며 더욱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이 정도의 성능이라면 LOL 수준의 대중적인 온라인 게임은 굳이 그래픽카드를 추가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구동 (출처=동아닷컴)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구동 (출처=동아닷컴)


그렇다면 본격적인 고사양을 요구하는 패키지 게임은 어떨까? 사실 별도의 그래픽카드 없이 CPU 내장 그래픽만으로 고사양 패키지 게임을 원활히 구동한다는 건 쉽지 않다. 따라서 해상도나 그래픽 품질을 어느 정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스타워즈를 소재로 한 FPS 게임인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를 구동, 화면 해상도를 1,280 x 720, 그래픽 품질은 중간(medium)으로 설정하도 ‘호드’ 맵을 20여분 정도 플레이 해봤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테스트 (출처=동아닷컴)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테스트 (출처=동아닷컴)


테스트 결과, A10-7850K 시스템은 평균 30프레임 전후, A10-7860K 시스템은 35 프레임 전후를 기록했다. 단순히 수치만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전반적인 프레임의 변화 폭이 A10-7860K 시스템이 더 적어 한층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고가의 별도 그래픽카드를 완전히 대체할 정도는 아니지만, 내장형 그래픽으로 고사양 패키지게임의 ‘맛’ 정도는 볼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이다.

의외의 성공적인 튜닝, 차세대 APU도 기대할 만

사실 AMD에서 A10-7860K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새로운 공정의 완전한 신제품이 개발중인 현 상황에서, 기존의 공정을 기반으로 튜닝한 제품에 딱히 주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제품을 받아 이용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개선점이 많아 흥미로웠다. 가격이 전작과 비슷한 10만원 중반 대에 풀린다면 ‘가성비’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현세대 APU의 마무리를 짓는 제품 치고는 괜찮은 상품성이다.

A10-7860K (출처=동아닷컴)
A10-7860K (출처=동아닷컴)


특히 클럭이 0.1GHz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성능, 특히 게임 구동 능력의 향상이 눈에 띄었으며, TDP의 개선(95W->65W)으로 인한 소비전력 절감효과가 제법 크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10만원 이하의 보급형 그래픽카드(지포스 GT730, GT740 등)을 따로 다는 것 보다는 A10-7860K의 내장 그래픽을 이용해 비용을 아끼는 것이 여러모로 나을 것 같다. 기존 공정을 재활용하면서도 이 정도의 성능 개선을 이루었다면, 14nm 공정이 적용될 차세대 APU 역시 제법 괜찮은 성능을 보여줄 것 같다. AMD의 2016년은 주목할 만 하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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