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반년 만에 SW 대회 고등부 대상 배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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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화제

팀을 이뤄 진행하는 협업식 수업은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의 자랑 중 하나다. 이 학교는 학생들끼리 서로 공부를 가르쳐주는 ‘또래 멘토링’, 친구들과 공부할 내용을 정한 뒤 학교의 지원을 신청하는 ‘원페이퍼’ 등 다양한 공동학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제공
팀을 이뤄 진행하는 협업식 수업은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의 자랑 중 하나다. 이 학교는 학생들끼리 서로 공부를 가르쳐주는 ‘또래 멘토링’, 친구들과 공부할 내용을 정한 뒤 학교의 지원을 신청하는 ‘원페이퍼’ 등 다양한 공동학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제공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공부를 계속했지만 1등을 하긴 처음이에요.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배운 것이 효과가 컸던 것 같습니다.”

대전 유성구 장동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1학년 박정환 정원태 군은 지난달 24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는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공모대회에서 ‘플랙스 스크립트’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고등부 대상을 차지했다.

○ 명함엔 “구글 프로그래머가 꿈”


고교 1학년생이 입학 3개월 만에 프로그램을 완성하고 대상까지 받자 주변에서 다들 놀랐다. 게다가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는 정부에서 지정한 소프트웨어 분야 첫 마이스터고로 올해 3월 출범했다. 작년과 재작년 대상은 각각 서울 선덕고와 대구화원고 등 일반고에서 나왔다. 박 군은 “수업에서 컴퓨터 구조론을 배운 게 큰 보탬이 됐다”며 “친구들과 협력하며 과제를 수행하는 ‘실무형 학습법’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 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컴퓨터를 배우면서 주위에서 ‘컴퓨터 천재’라는 얘기도 종종 들었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소스를 기계어로 바꾸는 ‘컴파일러’라는 프로그램을 주로 개발했다. 이번에도 새로운 컴파일러 개발에 도전했다. 여러 개발자가 언제든 소스코드를 주고받으며 작업할 수 있도록 인터넷 기반의 다중사용자 컴파일러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입학 후 만난 옆 반 친구인 정 군과 의기투합해 공동 개발하기로 결정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둘은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협업하며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목표했던 컴파일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정 군은 “졸업 후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학생 명함 뒷면에는 “졸업 후 구글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삼성SDS 출신 교장이 협업식 수업 운영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의 한 반 정원은 20명 안팎이다. 수업시간에는 5, 6명이 한 그룹이 돼 둘러앉는다. 한 그룹을 마치 기업의 한 팀처럼 운영하고 칠판도 그룹별로 하나씩 사용한다. 교사는 다음 날 수업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학생은 예습을 해와 토론 수업을 진행한다. 이런 수업 방식은 삼성SDS 임원 출신인 최부영 교장의 아이디어다.

최 교장은 “기업에서는 모든 일을 서로 협력해서 진행하는 반면 학교에서는 혼자 공부하고 혼자 평가받는 게 일반적”이라며 “학생들이 협업하며 공부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에 가거나 야간자율학습이 없는 대신 학생들은 기타 연주 등 방과 후 활동과 매일 쏟아지는 과제만으로도 오후 11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다. 졸업 요건 중에는 도서 100권 읽기도 들어 있다.

전호연 부장교사는 “한 가지만 잘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던 학생들이 영어나 수학, 과학이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히려 더 열심히 한다”며 “이번에 대상을 받은 박 군의 수학 성적도 나날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휘 부장교사는 “과학시간에 스마트폰의 구조를 예로 들며 원리를 설명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의 첫해 신입생 선발 경쟁률은 4.6 대 1로 마이스터고 전체에서 2위를 기록할 만큼 치열했다. 올해는 26일부터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미래부는 내년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를 두 번째로 출범시키는 데 이어 광주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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