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알 수 없는 두근거림,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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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맥

홍매화가 피는가 싶더니 이젠 개나리가 한창이다.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두근거린다. 진료실과 연구실을 주로 오가는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심박수가 빨라지는 것이 봄기운 때문이 아니라면 문제다. 환자의 심장박동의 빠르기와 간격에 관심이 많은 부정맥 전문의로서 항상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심장은 잠시도 쉬어서는 안 되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규칙적인 심장박동이 보통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심장박동이 어떤 상태인지를 잘 인지 못하고, 사실상 무관심하다. 심장박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너무 빠르거나 느린 경우, 아주 불규칙한 경우를 총체적으로 ‘부정맥’이라고 한다. 사실 환자 자신도 이를 인식하지 못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는 부정맥 중 일부는 치료없이 방치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갑작스런 심장정지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약 3만 명에 이른다. 그중 많은 경우가 부정맥 특히 빈맥(빠른맥)이 원인이었다. 빈맥이 심해지면 심장이 혈액을 공급하는 기능이 약해지면서 혈액순환도 떨어지며 어느 순간 심장박동 자체가 멈추기도 한다. 이 경우 바로 심폐소생술과 후속치료가 동반되지 않으면 환자의 대부분은 사망할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 심정지 후 기적적으로 생존한 환자는 전체의 5% 미만. 이 가운데 3분의 2가량은 평생 동안 각종 후유증에 시달린다. 적절한 응급조치와 치료 후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오는 환자는 전체의 2%도 안 된다.

급성 심정지 환자를 최대한 살려내 일상으로 돌려 보내기 위해 정부를 비롯해 많은 단체나 개인들이 이동식 제세동기 설치 확대와 심폐소생술 숙지훈련 등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생존 환자의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부정맥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 그리고 선제적 예방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래서이다. 일단 평소 심장 박동이 낯설다는 것이 느껴지면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권한다. 이것이 일시적인 이상인지 심장의 구조적인 원인에 의한 지속적인 문제인지를 환자 개인이 판단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상황에 따라 약물 치료가 선행이 되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심장 기능이 악화된 환자에게는 추가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심장 내부에서 이상 박동의 진원지를 찾아 해당 부분을 절제하는 시술(도자절제술)이라든지, 혹은 이식형 의료기기(삽입형 제세동기)를 환자의 몸 안에 넣어 환자의 심장을 24시간 지키게 하는 방법 등이 있다.

특히 모든 사람이 위급 상황 시 심폐소생술 등을 받을 수는 없는 현실에서, 이미 몸안에 삽입된 기기로 심장 박동을 감시하고 정상화시키는 제세동 치료는 표준치료로 되어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심정지로부터 생환한 환자에게서 추후에 심정지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세동기 삽입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약방문식 치료도 중요하지만 심정지상태를 아직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심정지의 위험이 높은 더 많은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그들의 생존과 건강을 한발 앞서 지키는 예방적 치료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구하는 일은 의료인뿐 아니라 백세시대를 맞는 모든 이들의 바람이 아닐까. 이것이 실현될 날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김유호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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