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2세들 쑥쑥… 자체복원 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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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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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가슴곰 국내 증식시설 첫 출산

아기곰 탄생의 순간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출산 직후 모습. 왼쪽 큰 물체가 어미곰(위쪽이 머리)이고 오른쪽 아래에 있는 작은 물체가 새끼곰이다. 폐쇄회로(CC)TV 화면을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좋지 않다. 사진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아기곰 탄생의 순간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출산 직후 모습. 왼쪽 큰 물체가 어미곰(위쪽이 머리)이고 오른쪽 아래에 있는 작은 물체가 새끼곰이다. 폐쇄회로(CC)TV 화면을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좋지 않다. 사진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지푸라기 위에 모로 누운 어미 곰이 웅크린 몸을 고통스럽게 뒤척였다. 잠시 후 아래쪽에서 새끼가 뿜어지듯 튀어나왔다. 태막으로 보이는 하얀 물체도 함께 나왔다. 손바닥 크기의 새끼 곰은 태어나자마자 꿈틀거렸다. 어미는 혓바닥으로 정성스럽게 새끼를 핥았다. 또 앞발을 부지런히 움직여 지푸라기를 끌어당겼다. 새끼를 덮어 체온을 유지시키기 위한 모성애 행동이다. 전남 구례군 멸종위기종 복원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는 반달가슴곰이 3일 첫 새끼를 낳았다. 16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이 지난해 야생 상태에서 출산한 적은 있으나 국내 증식시설에서 출산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원센터는 반달가슴곰의 출산 장면을 담은 영상을 국내 최초로 찍어 공개했다.》
방사한 17마리 포함, 총 22마리 +α추정
야생 내몬지 10년… 민가피해도 크게 줄어

○ 새끼 곰 10월 지리산 방사

이 영상에는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에 몸무게가 약 300g인 새끼가 태어나 움직이는 장면이 포착됐다. 송동주 복원센터장은 “이번 동영상은 반달가슴곰의 생태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원센터는 보호 차원에서 새끼 곰의 성별 등 자세한 사항은 아직 점검하지 않았다.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정동혁 수의팀장은 “출산 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어미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 화면으로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어미의 행동과 새끼의 소리를 들어봤을 때 둘 다 건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센터 측은 “최근 러시아 중국 등이 곰의 해외 반출을 강하게 통제해 지리산에 풀어놓을 원종(原種)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번 출산은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개체수를 늘릴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문제 곰’이 ‘효자 곰’으로

새끼를 낳은 어미 곰과 아빠 곰은 원래 ‘문제 곰’ 출신이다. 어미의 옛 이름은 ‘칠선’. 2004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했다. 아빠 곰은 이듬해인 2005년 북한에서 들여와 방사했던 ‘덕성’. 이들 곰은 자연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피소와 민가 주변을 맴돌며 먹이를 구걸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2005년 센터로 소환돼 증식용으로 자랐다.

덕성이는 비슷한 시기에 소환된 러시아 출신 수컷 곰 두 마리를 물리치고 지난해 5월 칠선이의 선택을 받아 교미에 성공했다.

지리산에 야생 반달가슴곰을 방사하는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이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현재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17마리는 야생에서 새끼를 낳는 등 잘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반달가슴곰. 사진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에 야생 반달가슴곰을 방사하는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이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현재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17마리는 야생에서 새끼를 낳는 등 잘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반달가슴곰. 사진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 지리산 반달가슴곰 22마리 이상

이번 출산으로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22마리+α로 늘어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금까지 반달곰 총 30마리를 러시아 중국 북한 등에서 들여왔다. 연해주, 지린(吉林) 성 곰이 한반도 반달가슴곰과 유전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 중 아홉 마리가 올무에 걸려 폐사했거나 실종됐다. 지금은 3일 태어난 새끼 곰을 포함해 22마리가 남아 있다. 이 가운데 네 마리는 자연적응에 실패해 증식용으로 키우고 있다. 야생에는 17마리가 남아 있고 이번에 태어난 새끼 곰을 방사하면 야생 곰은 18마리로 늘어난다. 지난해 초 야생에서 두 마리의 새끼 곰이 태어나 기대를 모았지만 이 중 한 마리는 겨울잠을 자다가 어미 곰과 함께 죽고 말았다. 나머지 한 마리는 현재 어미와 함께 겨울잠을 자는 등 건강이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는 또 방사한 곰이 아닌 원래부터 야생 상태였던 반달곰이 다섯 마리 정도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두하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복원연구과장은 “방사한 곰들이 지리산을 자유롭게 다니지만 특정 지역 출입을 꺼리는 것이 야생 곰이 있다는 증거”라며 “이들 지역에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야생 곰이 살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절반의 성공’

2000년 지리산에서 야생 반달곰이 처음 발견된 뒤 국립환경연구원(현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리산에 반달곰 네 마리를 처음 방사한 것은 2001년 9월. 사람 손에서 자란 초창기 반달곰들은 등산객을 따라다니며 재롱을 부리거나 마을의 꿀통을 뒤지는 등 사고를 치기 일쑤였다. 민가 주변을 맴돌다 멧돼지 퇴치를 위해 설치한 올무에 걸려 죽는 사고도 잇달았다. 자연방사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후 복원센터는 ‘야생화’에 매달렸다. 곰의 애완동물화를 막기 위해 ‘반돌이’, ‘반순이’ 등의 이름을 붙이지 않고 코드명으로만 불렀다. 전기펜스로 곰의 민가 접근을 차단하며 철저히 야생으로 내몰았다. 그 결과 2007년 연간 120건에 이르던 곰으로 인한 민가 피해는 지난해 12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개체수 증가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성공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센터는 개체 수를 50마리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04, 2005년생이 대부분인 곰들이 출산 가능한 연령이 되면서 개체수 증가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번 출산은 2세들이 늘어나 복원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당히 고무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동영상]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출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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