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 황우석교수 서울대병원 입원

  • 입력 2005년 12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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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수면장애와 극심한 피로, 스트레스로 인한 탈진 때문에 건강이 악화돼 7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황 교수가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수면장애와 극심한 피로, 스트레스로 인한 탈진 때문에 건강이 악화돼 7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황 교수가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건강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가 7일 모습을 드러냈다.

난자 매매 및 연구원 난자 사용과 관련한 기자회견 직후 칩거에 들어간 지 13일 만이다.

언론 노출을 피하기 위해 위치가 공개된 특실이 아닌 일반병동 1인실에 입원한 황 교수는 면도를 하지 못한 듯 수염이 덥수룩해 초췌한 모습이었다. 또 단기간에 몸무게도 많이 줄어 핼쑥했다.

황 교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링거 주사를 맞으면서 누워 있었고 병실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경호원이 지키고 있었다.

이 병원 성명훈(成明勳) 기획조정실장은 “황 교수가 수면 장애와 피로, 스트레스로 인한 탈진 증세를 보여 오전 10시경 정식 입원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성 실장은 “일주일 정도 입원해서 안정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성 실장은 피로와 스트레스가 입원할 만큼 위중한 것이냐는 질문에 “황 교수의 건강검진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짧은 기간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몰려왔기 때문에 충분히 입원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당초 입원하지 않겠다고 고집했으나 황 교수팀의 일원이자 주치의인 안규리(安圭里) 서울대 의대 교수와 이병천(李柄千) 수의대 교수가 설득해 6일 오후부터 링거 주사를 맞으며 휴식을 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서울 인근에서 휴식을 취해 왔던 황 교수는 최근 몸무게가 10kg 가까이 줄어들고 감기와 폐렴 증세로 식사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성 실장은 “황 교수의 안정을 위해 개별적인 취재는 자제해 달라”며 “이를 위해 부득이 입원실은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황 교수를 지지하는 시위도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일부터 부산MBC 앞에서 1인 시위를 해 왔던 황 교수 후원 팬클럽인 ‘아이러브황우석’ 부산지역 회원들이 9일 오후 7시 부산역 광장에서 집회를 갖기로 하자 참여하겠다는 댓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또 인천 경기 충청 호남 지역의 누리꾼들도 이 카페의 ‘전국·지역별 정보나눔’ 게시판을 통해 ‘MBC 시청 거부’ 운동 및 촛불시위를 제안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황박사 입원…연구묶여 속타는 황교수팀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가 6일 건강 악화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그의 줄기세포 연구 차질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천(李柄千)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지금 줄기세포 연구는 지난달 24일 황 교수님이 칩거에 들어간 이후 사실상 중단 상태”라며 “황 교수님의 연구 의욕이 크게 꺾인 것으로 보여 줄기세포 실험을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황 교수 탈진에 폐렴 증세도 보여

황 교수팀의 일원이자 주치의인 안규리(安圭里)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날 서울대 수의대에서 “황 교수가 국민의 성원에 따라 빨리 연구실로 돌아오고 싶어 하나 건강이 악화돼 입원해 안정을 취할 것을 권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단순한 감기 몸살이 아니며 그 이상의 자세한 상황은 주치의 입장에서 밝히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창호(金蒼浩) 국정홍보처장은 이날 국무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황 교수가 심신이 피곤하고 위궤양을 앓고 있어 하루 이틀 안에 복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오명(吳明)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 말했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황 교수는 체중이 평소보다 10kg가량 줄고, 탈진에 폐렴 증세까지 보여 열흘에서 보름가량 입원해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줄기세포 이식용 원숭이 허송세월

그동안 황 교수는 매일 오전 6시 실험실로 출근해 줄기세포의 실험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연구원들에게 ‘줄기세포를 몇 개 조각으로 나눠 다시 배양할지’ ‘어느 시점에 시약을 처리할지’ 등 조목조목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지금은 사령탑이 사라지자 연구를 총체적으로 지휘할 사람이 없어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다.

우선 연구팀이 확보해 놓은 11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에 대한 후속 실험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황 교수팀은 최근까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신경세포나 근육세포 등 원하는 세포로 어떤 수준까지 분화되는지, 그리고 동물에 이식했을 때 효능과 부작용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실험을 수행 중이었다.

충북 청원군 오창면 국가영장류센터에는 붉은털원숭이 20마리가 ‘대기 상태’로 방치돼 있다. 원숭이는 해부학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줄기세포 이식용 실험동물로 쓰인다. 4마리 정도 실험해 좋은 결과가 나오면 임상시험 자격이 주어진다.

영장류센터 관계자는 “9월부터 황 교수팀의 실험용으로 쓰일 붉은털원숭이를 준비해 뒀지만 언제 실험에 들어갈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며 “내년에 들여올 원숭이 문제도 서둘러 협의해야 하는데 연락이 안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데이터 확보하고도 논문 발표 못해

강성근(姜成根)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황 교수가 나와야 어떤 줄기세포를 얼마만큼 원숭이에게 이식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원숭이 실험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좋은 데이터가 많이 확보된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논문으로 발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사이언스나 네이처 등 국제학술지에 발표할 ‘큰 연구’ 두 건이 지금 책상서랍 안에 묻혀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일본 연구팀이 개의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해 논문으로 발표한 점도 황 교수팀을 바짝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자연교배를 통해 만들어진 일반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처음 성공한 때문이다.

황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켜 올해 8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후 황 교수팀은 이 복제기법을 활용해 개의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 왔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일본팀이 성공한 것은 ‘다행히’ 복제배아가 아니라 일반 배아였다”며 “하지만 이런 상태라면 복제배아 줄기세포도 일본에 선수를 뺏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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