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새 병원 개원… 병원설립 공헌 외국인 후손들도 축하

  • 입력 2005년 5월 4일 18시 40분


코멘트
4일 열린 세브란스 새 병원 봉헌식에는 1904년 병원 건립에 공헌한 외국인의 후손들이 참석했다. 앞줄 오른쪽이 세브란스병원 설립을 주도한 올리버 애비슨의 손녀 조이스 애비슨 블랙 씨, 맨 왼쪽은 조이스 씨의 동생 앤 애비슨 블랙 씨. 신원건 기자
4일 열린 세브란스 새 병원 봉헌식에는 1904년 병원 건립에 공헌한 외국인의 후손들이 참석했다. 앞줄 오른쪽이 세브란스병원 설립을 주도한 올리버 애비슨의 손녀 조이스 애비슨 블랙 씨, 맨 왼쪽은 조이스 씨의 동생 앤 애비슨 블랙 씨. 신원건 기자
연세대 의대 신촌 세브란스 새 병원이 4일 오후 3시 병원 앞 벽천분수 광장에서 봉헌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40여 명의 외국인. 이들은 1904년 서울역 앞에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을 세우는 데 공헌한 의사와 선교사의 후손이다.

이날 참석자 중 캐나다인 의사 올리버 애비슨의 두 손녀 조이스 애비슨 블랙(80) 씨와 앤 애비슨 블랙(69) 씨의 감회는 특히 남달랐다. 병원 설립을 위해 거액의 기부금을 낸 미국인 루이스 세브란스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 와서 병원 설립을 실제로 주도한 것은 애비슨이었기 때문.

1893년 광혜원 교장으로 한국에 온 애비슨은 1900년 미국 뉴욕의 선교보고회에서 한국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알리고 “의료봉사를 통한 선교를 위해 큰 건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연설을 들은 세브란스가 1만 달러를 애비슨에게 기탁해 병원을 짓게 한 것.

애비슨의 손녀 조이스 씨는 1925년 서울역 앞 세브란스병원에서 태어났다. 동생 앤 씨는 “나는 ‘불행히도’ 한국에서 태어나지 못했다”며 “한국에서 태어난 세 언니는 그 사실을 늘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조이스 씨의 아버지 더글러스 애비슨도 부산에서 태어나 20년 동안 세브란스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 조이스 씨는 “아버지는 늘 ‘마음속의 나는 한국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셨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병원 측은 이날 세브란스 가족과 애비슨 가족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 리언 러포트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연세대 방우영(方又榮) 이사장과 정창영(鄭暢泳) 총장,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새 병원의 개원을 축하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이 땅에 근대의학의 불씨를 지핀 세브란스병원은 국민 건강과 의학발전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며 “앞으로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