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한국을 빛낸 과학자]국제학술지에 실린 화제의 인물들

  • 입력 2003년 12월 28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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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적인 업적을 낸 한국인 과학자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흥미로운 화제가 만발했다. 석사과정생이 최고의 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했고 바이오벤처가 처음으로 논문 다수를 발표해 막강한 기술력을 과시했다.

학술지의 수준은 실린 논문이 얼마나 많이 인용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를 수치화한 영향력지수(impact factor)가 10 이상이면 이 계통의 ‘선수’들에게 인정받는다. 대중매체에 획기적인 논문이 발표될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사이언스’ ‘네이처’ ‘미과학원회보(PNAS)’ 등이 대표 사례. 올해 세계 학술지를 통해 한국을 빛내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국내 과학자를 소개한다.

▽젊은 여성 파워 부각=20, 30대 젊은 여성과학자들이 유수 학술지에 잇따라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첫 테이프는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석사과정 인준희씨(26)가 끊었다. 노화와 암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등 효자 노릇을 하는 체내 단백질(산소화효소)의 구조와 작용과정을 밝혀낸 업적이었다(사이언스 2월 14일자). 2개월 뒤 같은 과 박사과정 우현애씨(26)가 역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단백질(페록시레독신)의 작용 메커니즘을 밝혀냈다(사이언스 4월 25일자). 같은 대학원에서 비슷한 주제로 겹경사를 맞은 셈.

9월에는 서울대 생명과학사업단의 김빛내리 교수(34)가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동안 무시돼 왔던 마이크로 RNA의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이름처럼 명예를 ‘빛냈다’(네이처 9월 25일자).

▽바이오벤처 논문발표 활발=20명이 안되는 연구진으로 구성된 바이오벤처들이 처음으로 우수논문을 8편이나 게재해 세계적인 기술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툴젠(대표 김진수)은 유전자를 전등처럼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유전자스위치 기술과 이를 이용해 세포의 특성을 바꾸는 기술 등을 개발해 3편의 논문을 발표해 세계 생명공학업계의 주목을 끌었다(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3, 10월호 및 게놈리서치 12월호).

크리스탈지노믹스(대표 조중명)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작용원리를 세계 최초로 분자수준에서 규명해 네이처 표지를 장식하는 성과를 거뒀다(9월 4일자).

▽지방연구진의 약진=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대를 제외하면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지방연구진이 약진했다. 선두에는 부산대 물리학과 김복기 교수가 나섰다. 김 교수는 10억분의 1m 크기의 탄소나노튜브와 폴리머 복합체를 이용, 세계에서 가장 질긴 섬유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네이처 6월 12일자). 이 섬유는 사람 근육보다 100배 강한 인조근육이나 방탄조끼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 경상대 응용생명과학부 윤대진 교수팀이 처음으로 가뭄 냉해 고온 등 다양한 환경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는 형질전환 식물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미과학원회보 1월 7일자),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정용근 교수가 노인성치매(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유전자 E2-25K를 발견했다(몰리큘러 셀 9월호).

▽국제공동연구에도 한몫=10일 미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인간게놈연구소는 침팬지의 유전자 지도 초안을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이라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올해는 한국도 국제침팬지게놈컨소시엄에 참여해 성과를 거두었다. 7월 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홍석 박사팀이 일본 중국 대만 독일과 함께 침팬지 22번 염색체의 유전자염기서열을 완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네이처 12월 말 게재 예정). 이 염색체에는 사람의 다운증후군 알츠하이머 백혈병 등의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가 다수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박사후과정 연구원인 유병천 이정연 박사 부부가 식물세포간 고분자물질의 이동경로를 밝혀내 화제가 됐고(사이언스 1월 17일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박사는 올해에만 3편의 논문을 세계적 학술지에 싣는 기염을 토했다. 신 박사는 생체리듬을 알려주는 ‘생체시계’의 작동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했고(네이처 뉴로사이언스 3월 17일자), 유전자를 조작해 ‘똑똑한 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뉴런 6월 19일자), 통증감소에 획기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와 통증억제 메커니즘을 처음 밝혀냈다(사이언스 10월 3일자).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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