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아토피 피부염, 미지근한 물로 씻고 보습제 발라야

  • 입력 2002년 1월 27일 17시 26분


최근 피부과 외래 환자의 30% 정도가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얼굴, 팔이 접히는 부위, 무릎 뒤 부위에 잘 발생하는 습진이다. 전신의 피부가 거칠게 느껴지며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아토피가 처음 발생하는 나이는 90% 이상이 2세 이하다.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피부에 발생하면 아토피피부염이고 호흡기에 나타나면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아토피 피부염환자의 30∼40%는 성장하면서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이 동반된다. 이를 두고 ‘알레르기 행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한 방송에서 채식만으로 3명의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증상을 호전시켰다는 내용이 나가면서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가족이 채식 중심의 식단을 차리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그러나 대한피부과학회의 아토피 피부염연구회는 무조건 채식만 하는 식이요법으로 난치성의 성인 아토피 피부염을 호전시켰다는 방송 내용은 통계학적 근거가 불완전하다는 한계가 있으며 과학적 치료법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 오히려 병 완치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회 관계자는 “아토피피부염을 일으키는 음식은 육류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이며 원인이 되는 음식물을 알고 피하는 것이 중요하지, 육류 등을 무조건 피한다는 것은 오히려 여러 가지 필수 영양분의 섭취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성장에 저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토피 피부염은 계절에 따라 자연히 좋아지는데 방송에 출연한 환자들이 9∼10월에 호전된 것은 원래 이 시기가 아토피 환자들에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각종 서적, 잡지 등에서 아토피 피부염 비방법 들이 소개 되고 있으나 대체로 근거없는 내용이 많다는 게 이 연구회측의 귀뜸이다.

▽예방법〓아토피피부염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사춘기 무렵부터는 자연적으로 소실되지만 일부 환자에게서는 성인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예방법으로는 일단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욕은 땀 및 기타 피부에 자극을 주는 물질을 제거하므로 . 목욕은 매일 미지근한 물로 샤워 형식으로 간단히 1회 정도 하는 것이 좋다. 또 목욕 후엔 반드시 피부보습제를 바른다.

면제품의 의류를 입어 피부자극으로 인해 생기는 가려움증을 막는 것이 좋으며 피부염을 악화시키거나 가려움증을 유발한다고 생각되는 음식물은 피한다. 한편 집먼지 진드기가 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요 서식처로 알려진 카펫, 커튼, 침대 매트리스 사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는 2∼5세 소아 환자에 많으나 성장하면서 저절로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는 대부분 소실된다. 생후 6개월 이내엔 모유를 먹이는 것이 아토피피부염 예방에 기여한다는 것이 관련 의학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예방법을 잘 지키면서 항히스타민제 복용 및 약한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피부에 바르는 치료를 하면 대부분 아토피피부염은 성장하면서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갑자기 피부염이 전신으로 심해지는 경우는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감마 리놀렌산 사용이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심한 아토피 환자의 치료〓여러 종류의 면역억제제 혹은 면역조절제를 이용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엔 광선치료 사이클로스포린 감마 인터페론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최근엔 프로토픽과 엘리델이라는 바르는 면역억제제도 개발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도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의대 피부과 김규한교수는 “면역억제제 약들은 신장과 간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므로 규칙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부작용에 대한 관찰과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잘못 알려진 상식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으로 우유 계란 땅콩 등이 보고 돼있고 그 외에도 콩 밀 생선이 있다.

한국에선 돼지고기 닭고기가 언급되고 있지만 이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말이다. 환자마다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음식엔 큰 차이가 있으며 이를 알기 위해선 피부반응검사나 음식유발검사 등의 과학적인 검사를 통해 원인 음식물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원인 음식물을 알아낸 후엔 일정기간 철저히 원인 음식물을 제거한 식사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음식으로 인한 아토피피부염이 자연히 소실될 수 있으므로 나중에 재차 확인한다. 특히 어떤 음식이 나쁘다는 등의 떠도는 속설은 믿지 말 것.

한편 아토피피부염 치료제가 독하다고 말하지만 약이 몸에 쌓여 성장장애를 가져오는 등의 부작용은 전혀 없다. 단지 항(抗)히스타민제는 복용시 졸림, 변비 정도의 부작용이 있을 뿐이다.

피부의 염증과 가려움증을 줄이기 위해선 스테로이드제를 피부에 바르는 것이 치료의 기본. 스테로이드제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 피하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피부염이 점점 심해질 수 있고 가려움증으로 환자가 받는 고통이 크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경우는 장기간 약을 복용하거나 장기간 강한 스테로이드제를 전신에 바를 경우이므로 이땐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한다.

아토피피부염은 계절에 따라, 혹은 기간에 따라 자연적으로 호전이 될 수 있으므로 민간요법의 치료효과에 대해선 믿지 않는 것이 좋다. 실제로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민간요법 치료 후 악화되거나 간기능의 이상을 동반하는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도움말〓대한피부과학회 아토피 피부염 연구회, 소아과 개원의 협의회 www.lovenkid.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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