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이용촉진법 논란

  • 입력 2000년 8월 21일 18시 48분


정보통신부 홈페이지(www.mic.go.kr/rmic/webdriver) 자유게시판에 20, 21일 양일간 ‘검열 반대’라는 말머리(제목)를 단 200여개의 글이 올라왔다.

정통부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행정 수사기관 권한의 과도한 확대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의 소지가 있다며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온라인 시위에 들어간 것.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인 이 법안은 △개인정보 보호 △정보내용 등급제 △도메인 분쟁 처리 △온라인스토킹 등 사이버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주내용으로 한다.

시민단체들이 문제삼는 것은 ‘정보내용등급 자율표시제’.

개정안에 따르면 △서비스 제공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마련한 기준에 의해 내용물에 사전 등급표시를 하도록 권장되고 △청소년 유해매체물 등급 표시가 준의무화되며 △학교, 도서관 등에는 청소년 유해 정보를 선별 차단하는 프로그램 설치가 의무화된다.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27개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0일 성명서를 내고 등급제 철회를 요구한데 이어 통신질서확립법 반대사이트(freeonline.jinbo.net)를 개설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시민단체들은 “헌법재판소에서 전기통신사업법의 불온 통신 규정에 대해 위헌 여부를 가리고 있는 마당에 정의 자체가 모호한 ‘불법 정보’를 규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행정 검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실장은 “청소년 유해 정보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포괄적 해석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노동당 정보통신국의 조형진씨는 “정보 제공자가 자율적으로 표시한 등급이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면 게시물이나 정보가 삭제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남학생의 약65%가 음란물을 접한 경험이 있으며 부모 모두 인터넷을 이용할 줄 모르는 가구가 약77%에 이르는 실정에 비춰볼 때 청소년 유해 정보의 차단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정통부 홍성완사무관은 “내용등급표시제는 사전 심의가 아니라 자율등급제의 정착이라는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기준 마련을 위해 협의하는 단계로 시민단체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통부는 이달 말 의견 수렴을 거쳐 입법예고를 하고 11월경 국무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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