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구제역' 파동]정육점-식당 '구제역 불똥'

  • 입력 2000년 4월 3일 19시 39분


전국의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축산물도축장 정육점 식당 등이 구제역 파동의 직격탄을 맞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벌써부터 매출액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육류 반입량과 소비가 급격히 감소해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육류의 수급불안과 유통체계마저 동요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인들은 “파동이 장기화하면 모두 도산할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도축장 시장. 거의 모든 점포에서 매출이 평년보다 50% 이상 격감했다. 왁자지껄한 시장의 활기는 사라지고 상인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앉아 구제역 파장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 지역 축산물 상인연합 김명근사무국장(46)은 “안팔리는 것도 문제지만 소 돼지를 도살해 땅에 묻기 때문에 반입량이 30% 정도 줄어 조금 더 가면 축산물의 수급불안이 심화하면서 유통체계가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A할인점의 경우 2일 하루 식육매장의 매출액이 2억2000여만원으로 평소보다 15%정도 감소했으며 매장분위기도 전반적으로 한산했다.

현재 할인행사중인 축협중앙회도 40% 이상 매출감소를 겪고 있다. 서울 강동구 성내판매장의 경우 3일 오후 하루 매출액이 700여만원으로, 이는 지난주 월요일 같은 시간의 1200만원에 비해 40% 이상 감소했다.

축협관계자는 “정확한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평소 1000만원 이상 판매된 점을 감안하면 구제역 파동이 소비 위축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돼지고기 전문식당을 하는 이모씨(51)는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과 무관한 고기를 판다’는 문구를 써 붙였다. 그래도 2일 하루 매출은 구제역파동이 있기 전보다 40% 줄었다. 이씨는 “빨리 대책이 안나오면 상인들 다 죽게 생겼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구제역 파동이후 식사를 하면서 음식 속의 육류를 골라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식당을 하는 정모씨는 “3일 오전 8시반경에 예약손님 일행이 있었는데 갈비탕을 시키고는 찜찜해 하더니 고기를 건져내고 먹는 것을 봤다”며 혀를 찼다.

지방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구 중구 동인동의 대형 갈비식당인 A식당 주인 신모씨(50)는 3일 “지난주에는 평일의 경우 예약이 하루 5,6건 정도 됐으나 3일엔 2건으로 줄었다”며 “총선을 맞아 단체손님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구제역 파동으로 평소보다 매상이 줄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지역의 상당수 식당들도 당분간 손님들이 육류를 찾지 않을 것으로 보고 도매시장에서 구입하는 물량을 평소보다 3분의 1정도 줄이고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육류를 익혀서 먹으면 아무런 해가 없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복사해 업소에 걸어놓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부산 동구 수정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조용명(趙鏞明·47)씨는 “최근 식당에 와 ‘괴질 고기가 아니냐’, ‘이 집 고기는 먹어도 괜찮으냐’고 묻는 손님들이 크게 늘어났다”며 “2일부터 손님들이 절반 정도 줄어 이대로 가다간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식량농업기구 산하 세계구제역연구소는 홈페이지를 통해 “구제역에 감염된 고기를 먹어도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전남대 수의학과 강문길교수도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기에 닿기만 해도 죽기 때문에 구제역에 걸린 고기라도 익혀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상훈·김승진기자·지방종합>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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