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가 이불 씌우고 올라타… 11개월 영아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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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어린이집 사고에 학부모 불안

17일 경기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통학버스 안에서 4세 여아가 질식사한 데 이어 18일에는 서울 강서구의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의 학대 속에 11개월 영아가 숨졌다. 어린이집에서 끔찍한 일이 잇따라 벌어지자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학대 정황 담긴 CCTV 확보

서울 강서경찰서는 19일 생후 11개월 된 영아에게 이불을 덮고 짓눌러 사망하게 한 혐의(아동학대 치사)로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 씨(59·여)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김 씨의 학대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18일 낮 12시경 아이를 엎드리게 한 뒤 이불을 덮어씌우고, 아이의 등 위로 올라타 수 분간 아이를 누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경찰에서 “아기가 잠을 자지 않아 억지로 재우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실시한 결과 ‘비구(코와 입)폐쇄성 질식사’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김 씨는 이 어린이집 원장과 쌍둥이 자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청, 아동보호전문기관 등과 함께 해당 어린이집 전체 원생을 대상으로 학대 행위 등이 있었는지 살피는 중이다.

또 동두천 피해 아동에 대한 부검 결과 외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20일 운전사, 인솔교사, 담임교사 등을 다시 불러 조사한 뒤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 등을 따질 방침이다.

○ 불안한 부모들 “아이 못 맡기겠다”

영아가 숨진 강서구 어린이집에는 19일 오전 부모들이 달려왔다. 창백한 얼굴로 어린이집에 뛰어 들어가 아이를 안고 나온 어머니 A 씨는 “아이가 생후 1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불안하다”며 퇴원 의사를 밝혔다. 다른 부모들도 다급하게 현관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통학버스 사고가 벌어진 동두천 어린이집에도 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B 씨(여)는 “맞벌이 부부라 통학차량을 이용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더 이상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피해 아동과 같은 반인 아이의 어머니 C 씨는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 보겠다”고 했다.

사고가 나지 않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차량으로 직접 아이를 데려다 주거나 당분간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도 있다. 오전 10시 반경 서울 종로구의 한 어린이집에 차량을 몰고 딸을 등원시킨 이모 씨(37·여)는 “하도 사고가 많다 보니 내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게 속이 편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황급히 특별 점검에 나섰다. 서울 종로구는 18일 5곳의 어린이집을 찾아가 통학차량 신고 여부, 운전자 자격증, 승하차 규정 준수 여부 등을 확인했다. 서울 성북구는 19일 통원차량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원장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어린이집 통학버스 운전사 홍모 씨(62)는 “기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면 절대 안 되니 더 유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 / 동두천=윤다빈 기자

박희영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졸업

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
#보육교사#잇단 어린이집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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