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NLL 둘러싼 정쟁 이제 끝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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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정국에 갇혀 속수무책으로 맞고 있는 민주당이 10일 회의록을 둘러싼 정쟁 종식을 제안하면서 탈출구 모색에 나섰다. 여권의 회의록 공세를 ‘소모적 정쟁’으로 몰아세우면서 수세 국면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24시 비상국회 운영본부 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이 없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정치권에서 정쟁을 할 이유가 없다”며 “정쟁을 종결하자”고 촉구했다.

전 원내대표는 “‘NLL을 수호하라’는 노 전 대통령의 원칙이 확인되고 있고, 회의록도 국가정보원과 ‘봉하 이지원’(e知園·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에 있는 만큼 새누리당은 수사를 검찰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정쟁을 유도하는 일이 없도록 조용히 수사해 결과를 밝히면 될 문제”라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 “노무현 정부가 연산군도 하지 않은 ‘사초(史草) 폐기’를 했다” 등 여당의 집요한 공세에 일일이 맞대응하다가는 회의록 정국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봉하 이지원과 국정원에 보관돼 있는 회의록 초안과 수정본을 대조하자” 등의 주장을 펴고 있는 문재인 의원 등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대해서도 자제를 요청한 것이란 관측도 있다. NLL 정국이 계속될 경우 1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 꼬일 수밖에 없다.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새누리당은 NLL 정국으로 정기국회를 덮어버리겠다는 생각이다. 일일이 맞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대표가 ‘국회 복귀’ 일성으로 “민주당은 대안적 비판자가 되겠다”고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문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은 정치를 하지 말고 수사를 하라. 짜맞추기 식 수사의 들러리로 죄 없는 실무자들을 소환하지 말고 나를 소환하라”며 검찰 수사를 정면 비판했다. “검찰의 최근 남북정상회담 수사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2009년 ‘정치 검찰’의 행태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고도 했다.

검찰이 밝힌 정상회담 회의록 ‘초안 삭제’에 대해서는 “문서 보고 후 대통령의 수정 지시나 보완 지시가 있으면 그 문서는 결재가 끝나지 않은 문서다. 종이 문서로 치면 반려된 문서”라며 “보완 지시에 따라 수정 보고가 되거나 될 예정이면 앞의 결재가 끝나지 않은 문서는 이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완결된 문서’ ‘이관해야 할 문서’라고 주장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지도부의 속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왜 자꾸 NLL 정쟁에 불을 지피느냐는 것이다.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문 의원은 지금이라도 자진출두해서 쌓인 의혹들에 대해 당당하게 밝히라”고 비판했다.

한편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검찰 수사와 관련해 “최고 존엄에 대한 우롱”이라며 반발했다.

조평통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북남 수뇌분들의 담화록이 대결광신자들에 의해 모독당하고 있는 현 사태를 절대로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담화록(회의록)을 공개할 내기(를) 한다면 우리 역시 남조선 위정자들과 특사들이 우리에게 와서 발라(비위) 맞추는 소리를 한 것을 전면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002년 5월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및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다. 조평통은 국정원에 보관돼 있던 회담록이 공개된 6월 26일에도 “역대 괴뢰 당국자치고 평양을 방문했던 그 누구도 (저자세 논란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민동용·이정은 기자 mindy@donga.com
#전병헌#남북정상회담 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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