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인근에서 대형 굴에 발이 묶여 익사 위기에 처한 왜가리가 발견됐다. 사진=유튜브 채널 ‘DEWDNEYANIMALHOSP’ 캡쳐.
캐나다에서 거대한 굴에게 발목을 잡혀 목숨을 잃을 뻔한 왜가리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굴의 무게가 왜가리 체중의 6분의 1에 달해 비행조차 불가능했던 긴박한 상황에서, 수의사가 굴을 마취시키는 이색 처방을 내려 화제가 되고 있다.
4일(현지 시간) 캐나다 공영방송 CBC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밴쿠버에서 물에 젖은 채 허우적거리는 그레이트 블루 왜가리 한 마리가 발견됐다. 당시 왜가리는 밀물이 차오르는 길목에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채 고군분투 중이었다.
야생동물 대응팀은 “이대로 두었다면 바닷물에 잠겨 익사하거나 인근 포식자의 표적이 될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원인은 왜가리의 발가락을 꽉 물고 있던 길이 약 18cm, 무게 300g이 넘는 거대한 굴이었다. 이는 왜가리 전체 몸무게의 약 16%에 해당하는 무게로, 왜가리가 걷거나 날아오르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는 족쇄 역할을 했다.
구조팀은 왜가리를 즉시 동물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굴의 입을 강제로 벌릴 경우 반사적으로 굴이 껍데기를 더 강하게 닫아 왜가리의 발가락이 절단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병원장 에이드리언 월튼 박사는 과거 양식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어류나 양서류용 전신마취제를 굴 내부에 주입해 근육을 강제로 이완시키기로 한 것이다.
월튼 박사는 “수의사 생활을 하며 굴의 습격을 받은 환자는 처음 본다”며 “굴을 마취시킨 것도 생애 첫 경험”이라고 밝혔다. 마취제가 투입되자 곧 굴이 입을 벌렸고, 왜가리는 무사히 발을 뺄 수 있었다.
검사 결과 왜가리는 인대 손상이 심각한 상태였고, 결국 발가락 하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현재 왜가리는 항생제 처방과 통증 조절 치료를 받으며 재활 중이다. 전문가들은 며칠간의 재활을 거치면 야생으로 돌아가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레이트 블루 왜가리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에서 보호종으로 분류되어 있어 이번 구조의 의미는 더욱 크다. 한편, 왜가리를 붙잡았던 굴은 식용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구조팀은 이번 작전을 기념하기 위해 굴 껍데기를 세척해 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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