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행 수출 阿 우회땐 최대 15일 더 걸려… 물류비 72% 뛴 악몽도

  • 동아일보

[홍해 항로도 봉쇄 위기]
후티, K배터리-車 등 최적 경로 위협
阿 희망봉 돌아가면 물류비 눈덩이… 선박보험료는 최대 10배 이상 뛰어
홍해, 호르무즈 대체 원유길 되기도… 韓 에너지 수급난-물류위기 겹악재

“설상가상이네요. 만약 홍해까지 봉쇄되면 진짜 비상이죠.”

28일(현지 시간) 친(親)이란계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이 꺼낸 우려의 발언이다. 그동안 막혔던 호르무즈 해협에 더해 또 다른 물류 ‘숨통’인 홍해까지 차단될 경우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 수급 차질이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을 통해 유럽을 오가는 한국의 수출입 물량이 적지 않아 이미 2024년에도 홍해발 ‘물류비 급증’ 타격의 직격탄을 받은 바 있다. 홍해 봉쇄 위기에 산업계가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 후티 반군, 과거에도 홍해서 상선 공격


후티 반군은 28일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이란 전쟁에 공식 참전했다.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홍해 남단 입구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북쪽으로는 수에즈 운하와 연결돼 중동과 유럽, 아시아를 이어주는 핵심 길목이다. 배가 다닐 수 있는 통행로가 약 25km로 3.2km 수준인 호르무즈 해협보다는 넓지만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과 접하고 있어 이들이 실력 행사에 나서면 하루아침에 봉쇄될 수 있다. 후티는 2023년 10월 가자 전쟁 이후에도 팔레스타인의 친이란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가해 2024년에 이르기까지 해상교통을 마비시킨 전력이 있다.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막고 나서면 에너지 공급망이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10%가 이곳을 거쳐 공급되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 전쟁 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원유 수출의 주요 대체 경로로 삼아 왔다. 동쪽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동서를 가로지르는 1200km 길이의 송유관을 통해 서쪽 홍해를 통해 원유를 수출해 온 것.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해안의 얀부 항구에서 내보내는 원유량은 전쟁 전 수출량의 약 60% 수준이지만, 석유 시장에 단비 같은 ‘생명줄’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우회 수출마저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 에너지 수급난에 유럽 교역까지 ‘겹악재’

가뜩이나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비상이다. 여기에 우리 기업들의 수출 및 교역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생겼다. 가전, 자동차, 배터리 등 국내 산업계는 유럽으로 가는 최적 항로인 수에즈 운하로 가기 위해 홍해를 거쳐 왔다. 이곳을 지나 유럽에 직접 제품을 보내기도 하고 현지 제조 공장에서 쓰는 부품, 소재를 조달하기도 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EU 수출금액은 701억4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0% 늘었다.

홍해가 막히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돌아가야 하는데, 이 경우 아시아에서 유럽(부산항∼네덜란드 로테르담항 기준)까지 운송 기간이 10∼15일가량 더 늘어난다. 국내 기업들은 2024년에도 홍해 봉쇄로 고역을 치른 바 있다.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자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거치며 물류비와 운송 기간이 모두 늘어난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당시 최소 20% 이상의 추가 비용을 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2024년 물류비는 2조9602억 원으로 전년인 2023년 대비 72% 뛰었다. 해운사인 HMM의 경우 연료비로만 연간 870억 원가량을 더 쓴 것으로 추산된다. 재계 관계자는 “경로가 길어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에 따른 물류 공급 부족과 전쟁으로 인한 보험비 상승, 유가 부담 등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현재 동아시아에서 유럽, 미국 등을 오갈 때 드는 해운 운임의 대표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해운운임지수(SCFI)는 올 초 1200 선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27일 기준 1827까지 오른 상태다. 기업들이 부담하는 선박 보험료도 최대 10배 이상으로 뛰었다.

일각에선 피해가 2024년만큼 극심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해상물류는 통상 6∼12개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비용 상승이 즉각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2024년 대란 이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한국 수출선 비중도 이전보다는 줄어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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