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의 핵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이 지난달 종료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자국의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의 안보 자강을 위해 핵전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뉴스타트 복원이 요원하고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긴장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주요국의 핵군비 경쟁까지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르 테메레르 핵잠수함이 배치된 북서부 일롱그섬 해군기지에서 “우리 억지력이 현재와 미래에도 확실한 파괴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게 내 책임”이라며 “핵탄두 수를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프랑스는 냉전 막바지인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약 540기의 핵탄두를 보유했다. 이후 자발적 감축에 나서 현재 약 290기로 줄였다. 러시아(5359개), 미국(5177개), 중국(600개)와 격차가 크다. 유럽의 핵보유국은 프랑스, 영국(255기)뿐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에게 안보 자강, 국방비 증액 등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핵우산을 제공받았던 유럽의 핵전력 강화 요구가 높다. 스웨덴은 올 1월 프랑스, 영국과 핵 억지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독일 또한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에서 프랑스와의 핵우산 공유 추진을 공식화했다.
세계 3위 핵보유국인 중국은 2023년 이후 매년 100개 이상 핵탄두를 추가 생산하면서 가장 빠르게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도 중국이 2030년까지 1000기, 2035년까지 약 15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영국이 이란과 가까운 인도양 차고스 제도에 보유한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의 사용을 당초 불허했다가 1일 밤 뒤늦게 ‘제한적 방어’용으로 허용한 것에 불만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을 바꾸는 데 오래 걸려 실망했다. 두 나라 사이에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국익을 고려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이란 사태의 불씨는 유럽으로도 번졌다.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의 아크로티리 공군 기지를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 이에 키프로스의 이웃인 그리스 또한 방어를 위해 호위함과 전투기를 2일 급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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