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회담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2026.1.13 청와대사진기자단
8일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압승을 이끈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개헌 도전을 공식화한 가운데 이번 선거 당선자의 93%가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쟁 가능 국가’로 가기 위한 자위대 헌법 명기에 대해 80%가 찬성했다. 여당은 물론 야당 당선자들 사이에서도 개헌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아베 때보다 높아진 중의원 개헌 찬성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하원) 선거가 실시된 8일 도쿄의 자민당 당사에서 승리한 소속 후보들의 이름 위에 붉은 꽃 장식을 달아주며 활짝 웃고 있다. NHK방송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날 오후 10시 40분 기준 전체 465석 중 과반(233석) 이상인 256석을 확보했다. 아사히신문 제공아사히신문은 도쿄대와 함께 이번 중의원 당선자 465명 중 430명으로부터 개헌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3%가 개헌에 찬성했다고 12일 전했다. 개헌 찬성파가 90%를 넘은 것은 2003년부터 중의원 및 참의원(상원) 당선자들에게 개헌 조사를 실시한 이래 처음이다. 이전까지 중의원 당선자들의 개헌 찬성률은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출범한 2012년(89%)이 가장 높았다. 이번엔 아베 전 총리가 개헌을 추진한 당시보다 찬성률이 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앞서 아베 정부 땐 자민당의 연립여당이던 중도보수 성향 공명당의 미온적인 태도와 야당의 강력한 견제 등으로 개헌 동력을 잃었다. 실제로 개헌 찬성률은 2014년 84%, 2017년 82%, 2021년 76%로 줄었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 때인 2024년 총선에선 67%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이 전체의 3분의 2(310석)를 넘는 316석을 차지하는 등 보수 세력이 약진하며 개헌 찬성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개헌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자민당(99%)과 일본유신회(100%)는 전원 찬성에 가까웠다. 야당에서도 온건보수 성향의 국민민주당(96%), 극우성향 참정당(93%)의 찬성률이 90%를 넘겼다. 중도 진영으로 확장을 외친 중도개혁연합(58%), 신생 정당으로 11석을 얻으며 약진한 팀 미라이(73%)도 찬성률이 절반을 넘어섰다. 진보 진영의 공산당, 레이와신센구미는 100% 개헌에 반대했지만, 의석수가 각각 4석과 1석에 불과하다.
● “자위대 명기” 찬성 80%, ‘맥아더 조항’ 개정되나
여당이 추진하는 개헌의 핵심은 자위대의 헌법 명기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군이 패전국 일본에 제국헌법 개정을 요구하면서 1946년 새 헌법이 제정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 최고사령관의 의지로 헌법 9조(평화조항)에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적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일본은 ‘무력이 아닌 자위권은 행사할 수 있다’며 자위대를 설치하고 군사력을 강화해 왔다. 이제는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 군대 보유 논란을 없애고, ‘전쟁 가능 국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논란의 핵심인 자위대 헌법 명기에 찬성한 중의원 당선자는 80%에 달했다. 2024년(51%)보다 29%포인트나 오른 것. 자민당(94%), 일본유신회(92%), 국민민주당(64%), 참정당(86%), 팀 미라이(55%) 모두 절반을 넘겼고 중도개혁연합은 10%였다.
개헌을 위해서는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의 찬성을 얻은 뒤 국민투표 과반을 얻어야 한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이번 선거로 중의원에서 개헌 발의선을 넘겼지만, 참의원(정원 248석)에선 아직 120석으로 발의선(166석)에 미치지 못한다.
《◆자민당은 “국민에게 개헌 여부를 판단하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새로운 판 짜기에 나섰다. 일단 개헌을 발의해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이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다카이치 팬덤’의 확산에도 원폭피해자 단체를 비롯한 평화 진영의 개헌 경계감은 여전히 크다.
개헌 후 일본의 군사력 강화 가능성에 대한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개헌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관련 발언으로 갈등을 벌여 온 중국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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