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이 아직 그러하지만 특히 예술 분야에서 장애예술인은 아웃사이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작하고, 한국 최초로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해도 아무런 불편이 없는 ‘모두예술극장’에서 무대에 올린 연극 ‘젤리피쉬’가 제62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받았다. ‘어떻게 우리가 작품상을, 아니 왜 우리에게….’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세상에 일어난 변화에 믿을 수가 없었다.
1월 열린 시상식에 참여해 동아연극상 작품상 수상의 의미와 가치를 실감하게 됐다. 국립극단의 ‘안트로폴리스 I―프롤로그, 디오니소스’와 공동 수상한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그간 외쳐 온 ‘모두예술’이란 가치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젤리피쉬’는 다운증후군 여성이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냈다. 원작자인 영국 극작가 벤 웨더릴이 “우리 모두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듯이, 장애인이 등장한다고 장애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공 켈리 역을 연기한 배우 백지윤은 다운증후군이다. 백지윤은 영상 제작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연극은 처음이었다. 발음이 매끄럽지 못한 배우의 대사를 관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한글 자막을 제공했더니, 관객들은 마치 소설책을 읽듯 하며 함께 연극의 가독성을 높여 줬다. 공연 전 배우들이 모두 무대로 나와 몸을 푸는 모습도 관객들에게 친근함으로 다가갔다. 배우를 위해, 그리고 시각·청각장애 관객을 위해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마련한 것이 전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듯하다.
‘젤리피쉬’의 작품상 수상으로 작품만 좋으면 전문가들의 인정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장애인예술도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인다. 장애인예술이 K컬처에 작은 점이라도 찍을 수 있을 것이란 꿈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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