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백악관 외교 접견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2025.12.18. 워싱턴=AP/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남미의 주요 마약 밀수 거점 중 하나로 꼽히는 에콰도르에 공군 병력을 일시 파견한다고 17일 밝혔다. 최근 미국은 마약 퇴치를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포드’함이 이끄는 항모 전단을 배치하는 등 중남미 지역에서의 군사력 증진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올 9월부터 마약 운반이 의심된다며 베네수엘라 선박을 잇달아 공습했고, 인근 국가인 콜롬비아에 대한 군사 위협도 거듭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023년 12월부터 집권 중이며 ‘에콰도르 트럼프’로 불리는 친(親)미, 보수 성향의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날 “우리 군은 미군과의 공동 작전을 통해 마약 밀매 경로를 해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에콰도르 미국대사관도 같은 날 X에 “미 공군 장병들이 에콰도르 공군과 함께 진행하는 임시 작전에 참여한다. 에콰도르군의 마약 테러범 대응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미군은 태평양에 접한 에콰도르 중부 해안도시 만타의 공군기지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미군이 주둔한 곳이다. 당시 미군은 이 기지에 계속 주둔하길 원했지만 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 국내에 외국군 기지를 두지 못하도록 헌법을 개정해 철수가 이뤄졌다. 반면 노보아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군 재주둔을 위해 노력했다. 다만 지난달 16일 실시된 외국 군대 주둔 허용을 골자로 한 국민투표는 60%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로 인해 이번 미군 파병은 에콰도르군의 일부 인프라와 군사 시설을 훈련장으로 활용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에콰도르, 베네수엘라와 모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콜롬비아 또한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 작전을 전개할 수 있는 지역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0월 반미 성향이 강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을 “불법 마약 수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미국 재무부는 페트로 대통령, 그의 가족 및 측근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는 베네수엘라 연안을 지나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해상 봉쇄령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PDVSA는 17일 성명에서 “헌법에 따라 행동할 것이며 원유 수출도 계속하겠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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