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상태” 에콰도르의 TV방송국, 생방송 중 무장괴한들 습격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10일 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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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아대통령, 마약범죄단 총수 탈옥 이후 '비상사태' 선언
무장 복면 괴한들 스튜디오 침입.. 배후조사결과 안밝혀져

남미 에콰도르의 최대 도시인 과야킬에서 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TC텔레비시온 공영 방송국에 10여명의 무장괴한이 쳐들어와 생방송 중인 스튜디오에까지 침입했다고 AP통신과 미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복면을 한 이들은 다이나마이트로 보이는 막대 모양의 폭약과 전투용 총기를 들고 TV 스튜디오를 습격한 모습이 그대로 방송으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이들은 폭약을 가지고 있다고 고함치며 쳐들어왔고 배경음으로 총성도 들렸다. 방송국 직원들 가운데 부상자가 발생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최근의 치안불안과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하루 만에 발생해서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노보아 대통령은 ‘로스 초네로스’ 갱단 수괴인 아돌포 마시아스 탈옥을 계기로 8일에 60일 기간동안 “국내 무장 전투 발생”을 이유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경에 강력한 치안 유지를 지시했다. 주민들에게는 오후 11시에서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도 내렸다.

하지만 경찰관 납치 등 갱단의 폭력이 난무하고 교도소 등의 군병력까지 습격을 당하는 극도로 악화된 치안 상태에 놓인 에콰도르의 상황은 비상사태 선언도 아랑곳 하지 않고 현재 진행형이다.

TV방송국 습격사건 이후 노보아 대통령은 다시 또 한 차례의 비상선언을 발표하고 국내에서 활동 중인 20개 마약밀매조직을 테러 단체로 규정, 군이 국제인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들을 “무력화”할 것을 명령해 사실상 소탕전에 들어갔다.

에콰도르 경찰청장은 방송국 침입사건 얼마 후에, 이번에 침입한 복면 무장괴한들을 모두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세자르 사파타 경찰 사령관은 텔레아마조나스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명백한 테러사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용의자들을 체포하고 그들이 소지하고 있던 총기와 폭발물도 모두 압수했다고 밝혔지만 몇 명이나 체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에콰도르 정부는 교도소를 옮기며 이감을 준비하던 갱단 두목의 탈옥사건 이후로 몇 차례나 이번 같은 공격사건이 발생했는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에콰도르 대법원장 저택 부근에서 일어난 폭탄 폭발 사건, 8일 발생한 경찰관 4명 납치사건 등을 조사한 경찰은 이번 사건들의 배후가 누구인지, 누가 작전을 조직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입을 닫고 있다.

납치된 경찰관들은 수도 키토에서 한 명, 케베도 시에서 3명이 강제로 끌려갔다.

최근 몇 해 동안 에콰도르는 마약 밀매조직과 연루된 엄청난 폭력과 살인, 납치 사건이 홍수를 이뤘고 정부는 비슷한 공격이 있을 때마다 주요 마약조직 가운데 용의자들을 발표했었다.

마약두목 마시아스의 행방은 아직도 묘연하다. 검찰은 그의 탈옥과 관련된 혐의로 2명의 교도관을 구속 수사했지만 경찰도, 교도소도, 연방 정부 검찰도 마시아스가 어디로 달아나서 은신하고 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그는 2013년 2월에도 경비가 최고로 삼엄한 교도소에서 탈옥했지만 몇 주일 뒤에 다시 붙잡힌 적이 있다.

전 세계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끼어 있는 에콰도르는 몇 년 새 유럽과 북미로 가는 마약 거래 통로로 이용되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살인과 납치 등 강력 사건 발생 빈도도 크게 늘었다.

범죄조직 간의 세력 다툼과 이권 분쟁으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을 정도로 국내 치안이 무너진 상태이다.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선에서 승리한 신임 노보아 대통령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모든 에콰도르 국민에게 평화를 찾아줄 때까지 범죄와의 전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의 전임자인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을 비롯한 전 정부들도 에콰도르를 지배하는 범죄단체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방식으로 싸웠지만 지금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마시아스는 살인, 조직범죄, 마약 밀매등으로 34년형을 선고 받고 과야킬의 라 리지오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지만 범죄조직의 세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지난 해 대선 때에는 멕시코의 시날로아 카르텔과 연계된 로스 코네로스 갱단이 대선 후보 페르난도 바야비센시오를 직접 암살할 정도로 세력을 과시했다.

교정당국과 전문가들은 갱단이 교도소 안에서도 실제적인 지배를 하고 있으며 마르시아도 그 동안 교도소에 있으면서 부하들을 움직여 바깥의 모든 범죄 작전을 지휘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키토( 에콰도르)=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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