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구독자 1200만명’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속 기자 전원 해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9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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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녀 샤르바트 굴라가 표지에 등장한 내셔널지오그래픽 1985년 6월호. AP뉴시스
12세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녀 샤르바트 굴라가 표지에 등장한 내셔널지오그래픽 1985년 6월호. AP뉴시스
창간 이래 135년 동안 과학과 자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미국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28일(현지 시간) 소속 기자 전원을 해고했다. 한때 구독자 1200만 명을 헤아렸지만 디지털 시대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차원이다.

이날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유주 월트 디즈니사는 지난해 9월 구조조정 이후 남아 있던 기자 19명 등 직원들을 해고했다. 디즈니 측은 올 4월 대상자들에게 미리 해고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프리랜서 기자에게 기사를 맡길 예정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선임 기자 크레이그 웰치는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방금 새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도착했다. 내 16번째 작품이자 선임 기자로서 마지막 작품이 들어 있다. 믿을 수 없이 좋은 기자들과 일하면서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력 감축은 2015년 21세기폭스사에 인수된 후 이번이 네 번째다. 2019년 폭스사를 인수한 디즈니는 지난해 9월 내셔널지오그래픽 편집 업무를 이례적으로 개편하며 선임 기자 6명을 해고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수준 높은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현장에서 몇 개월을 투자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해고된 기자들은 사측이 이 같은 촬영 일감을 축소해 왔다고 밝혔다. 앞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비용 절감을 위해 내년부터 가판대 판매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WP는 “광속으로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세계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장인(丈人) 콘텐츠로 남아있었다”며 “결국 멸종위기종처럼 가혹한 하향세를 타고 있다”고 전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전성기인 1980년대 말 미국 구독자만 1200만 명에 이르렀고 인쇄출판이 쇠락하는 현재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읽는 잡지에 속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구독자는 180만 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측은 “(이번 구조조정이) 잡지를 계속 발행하려는 회사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경로로 다양한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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