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日 집권당 8선 베테랑 의원 “원전 오염수 방출 결정 철회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9일 2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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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정치적인 판단으로 해양 방출을 결정했다. 여러 의미에서 국익을 헤쳤다. 종합적으로 볼 때 철회해야 한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야마모토 다쿠(山本拓·69) 중의원 의원은 27일 도쿄 중의원회관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각의(국무회의) 결정도 하지 않았고, 당의 양해도 구하지 않은 총리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것이다.

야당에서나 나올 법한 발언이 집권당의 8선 베테랑 의원 입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스가 총리는 ‘저장 탱크 부지가 없어 바다에 방출한다’고 했는데 실제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는 약 350만㎡로 오염수 저장 탱크와 향후 폐로에 필요한 시설 부지 약 8만㎡ 등을 제외하더라도 85%가 남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저장 탱크를 더 설치해 오염수를 장기 보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염수 장기 보관에 앞선 우선 과제로 그는 ‘오염수 신규 생성을 멈추게 하는 것’을 꼽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작년 4월 보고서에서 ‘신규 오염수를 막을 것’을 권고했고, 많은 전문가들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도쿄전력이 당장 공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지’를 묻자 “도쿄전력에 수 차례 문의했는데도 아직 답이 없다. 자민당 내에서 의문점을 추궁하고 명확한 답을 구하기 위해 5월 13일에 공부모임을 여는데 그때 (도쿄전력에) 제대로 답하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마모토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정책에 대한 공부모임을 만들어 지난해 첫 모임을 가졌고 5월에 두 번째 모임을 연다. 그가 내민 공부모임 소개 자료에는 ‘스가 총리는 국민의 의문에 정직하고 정중하게 답해 주세요’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자민당에서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의원은 몇 명이나 되는지 물었더니 “공부모임은 대표인 나와 2명의 의원을 포함해 3명이 만들었다. 작년 첫 모임 때 의원이 40명 정도 모였다”는 말로 대신했다. 정확히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자민당 내 상당수 의원이 오염수 해양 방출에 의문을 갖고 있다는 늬앙스였다. 그는 “다만 총리의 판단이기 때문에 침묵하고 있다. (후쿠시마가 있는) 동북 지방 자민당 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스가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도 스가 총리의 설명 책임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작년 첫 공부모임을 했을 때 니카이 간사장에게 ‘찬성, 반대라기보다 (해양 방출)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총리가 설명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웃국인 한국과 중국의 우려에 대해 “내가 그 상황이어도 똑같이 우려할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일본 정부는 한국 전문가들과 함께 오염수를 막아야 한다. 한국도 2년 후 해양 방출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왜 빨리 오염수 생성을 막지 않느냐. 기술 관련해선 한국도 협력하겠다’고 말해주면 고맙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한(한일)의원연맹 회원이기도 하다. 사상 최악이라고 불리는 한일 관계에 대해 물었더니 “일한 관계는 부부와 같은 사이인데 매일 부부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 영화, 드라마를 좋아하는 등 문화가 양국을 이어주고 있다. 정치 문제는 뒤로 미루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가 총리가 13일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을 발표했다.


“갑작스러웠다. 각의(국무회의) 결정도 하지 않았고, 당의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보통은 해양 방출을 한다는 법안이나 방침을 만들어 여당인 자민당의 양해를 구한다. 이번에는 일절 그런 것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스가 총리가 왜 이 시점에 그런 결단을 내렸나.

“나도 똑같은 의문을 갖고 있어 총리에게 물었다. 하지만 총리는 답해주지 않았다.”

―오염수 해양 방출에 반대한다고 들었다.

“지금은 그렇다. 다른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총리는 ‘저장 탱크 부지가 없어 바다에 방출한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는 약 30만㎡다. 오염수 탱크, 다핵종(多核種) 제거설비(ALPS), 향후 폐로에 필요한 시설 약 8만㎡ 등을 제외하면 85%가 남는다. 공간은 충분하다. 저장 탱크를 더 설치해 오염수를 장기 보관해야 한다. 트리튬(삼중수소)은 반감기(방사선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12년이어서 24년 보관하면 방사선량이 4분의 1로 줄어든다.”

야마모토 의원은 일본 정부가 사용하는 용어인 ‘처리수’ 대신 ‘오염수’라고 주로 말했다. 그는 “처리수에 대한 확립된 정의가 없다. 정상적인 원전에서 나오는 배출물은 처리수이고, 사고로 인해 생긴 배출물은 오염수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ALPS를 통해 한 차례 정화한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희석시켜 해양 방출한다고 하고 있다.

“이번 오염수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매우 많은 트리튬 뿐 아니라 63개 핵종이 포함돼 있다. ALPS로 처리해도 트리튬을 포함해 13개 인공 핵종이 남는다.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배출 기준 이하로 희석해 방출한다는 것은 사람에 영향 미치는 데이터에 기초한 기준이다. 생태계와 환경에 대한 기준이 아니다. 따라서 어민들이 반대한다.”

―장기 보관이 최선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오염수 신규 생성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그럼 해양 방출을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 지금은 원자로 건물 외벽에 구멍이 있어 지하수가 유입돼 오염수가 생긴다. 외벽에 방수벽을 쌓든지, 방수 공사를 해 신규 오염수 자체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기술자들은 가능하다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작년 4월 보고서에서 ‘신규 오염수를 막을 것’을 권고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도 의사록에서 ‘왜 막지 않느냐’고 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오염수 발생을 멈추게 하는 게 최선이다’라는 주장을 대여섯 번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도쿄전력이 당장 공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도쿄전력에 수차례 문의했는데도 아직 답이 없다. 자민당 내에서 의문점을 추궁하고 명확한 답을 구하기 위해 5월 13일에 공부모임을 여는데 그때 (도쿄전력에) 제대로 답하라고 할 것이다.”

야마모토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정책에 대한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자민당 의원 뿐 아니라 도쿄전력 기술 담당자, 경제산업성 간부도 초청했다. 지난해 말 첫 모임을 했고, 스가 총리가 이미 해양 방출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5월 13일 두 번째 모임을 연다. 야마모토 의원이 건넨 공부모임 소개 자료에는 ‘스가 총리는 국민의 의문에 정직하고 정중하게 답해 주세요’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자민당에서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의원은 몇 명이나 되나.

“공부모임은 대표인 나와 2명의 의원을 포함해 3명이 만들었다. 작년 1회 모임 때 의원이 40명 정도 모였다.”

야마모토 의원은 즉답을 피하면서 공부모임에 참석한 의원을 포함해 자민당 내 상당수 의원이 오염수 해양 방출에 의문을 갖고 있다는 늬앙스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다만 총리의 판단이기 때문에 침묵하고 있다. (후쿠시마가 있는) 동북 지방 자민당 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의 반응은 어떤가.

“작년 첫 공부모임을 했을 때 니카이 간사장에게 ‘찬성, 반대라기보다 (해양 방출)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총리가 설명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쿄전력에 속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한 것 아니냐’는 내용으로 스가 총리에게 보내는 글을 홈페이지에서 봤다.

“도쿄전력은 감독 관청인 원자력규제위원회에도 거짓말을 했다. 각종 문제도 숨겼다. 그 연장선상에서 총리가 도쿄전력의 거짓 자료에 속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달라는 의미로 질문을 했다. 총리에게 서한으로 보냈다.”

―이웃국인 한국과 중국의 우려가 크다.

“내가 그 상황이어도 똑같이 우려할 것이다. 바다가 하나로 연결돼 있으니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2년간 해양 방출 준비를 하기보다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 한국도 2년 후 해양 방출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왜 빨리 오염수 생성을 막지 않느냐. 기술 관련해선 한국도 협력하겠다’고 말해주면 고맙겠다.”

―한국 정부는 무조건 반대를 외치지 않는다. 향후 2년간 IAEA 검증 과정에 한국 전문가가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

“당연한 주장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세계로부터 기술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이 문제는 앞으로 계속될 텐데, ‘한국 원전 문제가 더 심하다’ 등 상호 험담을 해선 안 된다.”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을 총평한다면.

“갑자기 스가 총리가 정치적인 판단으로 해양 방출을 결정했다. 여러 의미에서 국익을 헤쳤다. 종합적으로 볼 때 철회해야 한다.”

―한일 관계가 안 좋다.


“양국 관계는 부부와 같은 사이인데 매일 부부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역사문제는 해결책이 잘 없으니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최근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 영화, 드라마, 예술가에 빠져 있다. 한국 프로듀서가 일본 여성을 훈련해 만든 걸그룹 ‘니쥬’를 보면 일본 여성 탤런트와 수준이 다르다. 역시 문화가 양국을 이어주고 있다. 정치 문제는 뒤로 미루는 지혜가 필요하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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