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작년 대선서도 트럼프 당선 공작… 푸틴 지시한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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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가정보국 대선 보고서 공개

러시아가 2016년에 이어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도 정보 공작을 펼쳤다는 미 정보당국의 보고서가 16일 공개됐다. 재임 내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미국 내에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이런 공작을 알고 있었고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CNN 등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국(DNI)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 이란, 중국 등 미국의 ‘적성국’이 펼친 공작을 분석한 보고서를 기밀문서에서 해제했다. DNI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정보 수집이 러시아 정보당국의 최우선 임무였다. 바이든 후보를 깎아내리는 근거 없는 정보와 의혹을 미 언론, 정부 관리, 유력 인사 등에게 주입하고자 공작을 벌였다”고 밝혔다. 다만 적성국의 대선 개입 시도에도 유권자 등록 및 투·개표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대선 결과가 공정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미국에 허위 정보를 퍼뜨린 핵심 고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지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 시절 아들 헌터가 이사로 재직했던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회사 부리스마를 도와주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이 사건에 관한 정보를 친(親)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의원 안드리 데르카치로부터 얻었다. 러시아 정보당국 또한 바이든 부자(父子)에 대한 정보를 캐기 위해 부리스마를 해킹했다.

줄리아니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미 수사당국에 제공해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종용하려 했다. 보고서는 “푸틴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가 사실상 바로 연결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이 2016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정보 공작을 직접 지시했을 것으로도 추정했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2016년에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푸틴이 트럼프 후보를 지원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관해 빠르면 다음 주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이란 또한 자국에 적대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방해하는 활동을 펼쳤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정보 공작을 고려했지만 실패 가능성이 높은 데다 역풍을 우려해 실행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년 11월 중간선거 이후 대선 재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미국#고위급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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