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주러 영사관 2곳 폐쇄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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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치닫는 정부기관-MS 해킹사태
폼페이오 “해킹, 러 소행 확실”… 트럼프는 “中 소행 가능성” 엇박자
바이든 행정부로 대응 넘길듯

미국 정부가 러시아 내 미국 영사관 두 곳의 업무를 중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최근 정부기관에 대한 대규모 해킹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면서 고조된 양국 갈등이 더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10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미 외교사절의 안전을 보장하고 업무를 간소화하기 위해 러시아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을 폐쇄하고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의 영사관 업무를 일시 중지하겠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 사안을 존 설리번 주러시아 미국대사와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무부가 구체적인 폐쇄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계획대로 진행되면 러시아 내 미 외교공관은 모스크바의 대사관 한 곳만 남게 된다. 국무부는 두 곳의 영사관에서 일하던 미 외교관 10명은 모스크바 대사관으로 이동하고 현지 채용 직원 30여 명은 해고할 방침이다.

양국은 과거에도 갈등을 빚을 때마다 외교 공관을 폐쇄하고 외교관을 추방했다. 미국은 2016년 12월 러시아가 전월 실시된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이유로 미국 내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했다. 러시아 역시 다음 해 7월 자국 내 미 외교관을 맞추방했다. 미국은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에 대한 2018년의 독살 시도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며 당시 서부 시애틀의 러시아 영사관을 폐쇄했다. 러시아 역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미 영사관 문을 닫았다.

최근 미 언론은 러시아 정부 소속 해커들이 백악관, 국무부, 재무부, 국토안보부, 에너지부, 국립보건원(NIH), 핵안보국(NNSA) 등 미 주요 정부부처는 물론이고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모조리 침투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한 양국 갈등이 상당한 가운데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8일 라디오 방송에서 “러시아가 해킹 공격에 연루됐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미 정부 고위 인사가 해킹 배후를 러시아로 지목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위터를 통해 ‘충복’ 폼페이오 장관과 다른 태도를 취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러시아가 등장한다. 주류 언론은 중국이 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러시아를 두둔하고 중국으로 화살을 돌렸다. CNN 등은 18일 백악관이 이번 대규모 해킹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는 성명을 준비했다가 돌연 철회했으며 배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결국 해킹 사건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인 대응은 차기 행정부의 몫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줄곧 러시아에 비판적 태도를 취해 온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성명을 통해 “사이버 공격의 배후에 있는 적으로 하여금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러시아#해킹#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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