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종류 백신으로 속도전… 日, 내년 2월 접종 목표 잰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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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한국, 코로나 백신 확보 바쁜데… 세계는 이미 ‘접종 전쟁’

영국이 8일(현지 시간)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후 각국의 ‘백신 접종 전쟁’에 불이 붙고 있다.

미국은 14일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 접종을 시작한 데 이어 18일 미 제약사 모더나의 백신을 승인하며 ‘쌍끌이 접종’에 나선다. 캐나다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14일, 17일에 각각 접종을 시작했고, 이스라엘은 19일, 유럽연합(EU)은 27일 접종에 들어간다. 일본은 내년 2월 접종 개시를 목표로 화이자 백신의 특별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각국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연내 30여 개국이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접종 속도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속속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면서 백신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 또 강대국과 빈곤국 간의 백신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극명해져 백신 이기주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타국보다 빨리’ 불붙은 백신 접종 경쟁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자 현재 확산세가 심각한 미국은 전 국민 접종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17일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하라고 FDA에 권고했다. VRBPAC의 표결에서 위원 20명이 찬성하고, 1명이 기권했으며, 반대는 없었다.

이어 하루 만에 최종 승인이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위터에 “모더나 백신이 압도적으로 승인됐다”며 “즉시 배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은 모더나 백신을 승인한 첫 번째 나라가 됐다. 또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에 이어 2종류의 백신 접종에 나서게 된다. 브렛 지어와 미 보건복지부 차관보는 “내년 6월까지 모든 미국인이 백신을 접종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18일 오전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펜스 부통령은 공개 백신 접종을 한 최고위급 인사로, 접종 장면은 TV로 생중계됐다.

모더나 백신은 영상 2.2∼7.8도에서 최대 30일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에 비해 모더나 백신이 유통과 보관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백신 접종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EU 회원국은 27일부터 백신 접종에 들어간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7일 트위터에 “27, 28, 29일에 EU 전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EU 내 코로나19 백신 평가와 승인 절차를 담당하는 유럽의약품청(EMA)은 21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승인 여부 결정을 위한 회의를 연다. 캐나다는 14일 화이자 백신 3만 회분을 반입해 우선접종 대상자에게 접종을 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도 이번 주 내로 사용 승인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시아 국가들도 바빠지고 있다. 일본 NHK방송은 18일 “후생노동성은 내년 2월 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며 지방자치단체에 접종 계획안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화이자가 이날 후생노동성에 백신 승인을 신청하자 바로 접종 준비에 나선 것. 계획안에는 내년 △2월 말 의료진 1만 명 △3월 중순 의료진 300명 △3월 말 노인 △4월 이후 기저질환을 지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자국 국영 제약회사가 개발한 백신을 대규모로 접종할 계획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중국 정부는 내년 2월 11일 설 명절인 춘제 연휴 전까지 5000만 명에게 자국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을 맞힐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자유아시아방송(RFA) 중문판은 15일 “중국의 해외 노동자 상당수가 앙골라, 세르비아 등지로 출국하기 전 시노팜 백신을 맞았으나 현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정황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에 중국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형국이다.

인도 정부 역시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인도 바라트바이오테크 3개사의 백신을 몇 주 이내에 긴급 승인할 예정이다. 브라질 연방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내년 2월 말부터 접종하기로 했다.

○ ‘mRNA 백신’에 쏠리는 관심
현재 출시된 코로나19 백신은 크게 세 가지 형태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택한 ‘mRNA’ 방식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에 쓰인 ‘바이러스 전달체 방식’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백과 시노팜 등이 사용한 ‘불활성화’ 방식이다.

불활성화 백신은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병원체를 죽여 인체에 주입한다. 이를 통해 인체가 감염에 저항할 수 있는 사전 훈련을 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술 난도가 높지 않아 가격이 싸고 면역 반응 또한 강하다. 바이러스 전달체 방식은 또 다른 바이러스(전달체)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의 DNA를 체내에 전달하고, 인체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일부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흔히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가 전달체로 쓰이며 에볼라 백신이 이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방식 역시 기술 난도가 높은 편이다.

mRNA 백신은 병원체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의 일부 단백질을 인체 스스로가 만들어 내도록 하는 유전자(mRNA)를 투입하는 형태다. 면역세포는 우리 몸이 만든 이 바이러스 단백질을 감지해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인식하고, 나중에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에 침입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한다.

특히 짧은 시간 안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안성맞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인류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 대한 우려가 있고 기술 난도가 높으며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코로나19 백신으로 속속 승인되면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이끌고 있다.

○ 자본·행정력 등 총동원해 백신 개발 속도 내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에어피니티는 각국 정부가 백신 개발에만 65억 파운드(약 9조6000억 원)를 투입했다고 분석했다.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같은 비영리재단 등에서 후원한 자금도 약 15억 파운드에 달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데다 성공률 또한 높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각국에서 ‘실패해도 좋고 일정 정도의 부작용도 감내하겠다’는 식으로 독려하니 제약사 역시 동력이 생긴 셈”이라고 진단했다.

각국이 바이오엔테크 등 ‘될성부른’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한 것도 주효했다. 미국은 모더나의 백신 개발에만 10억 달러를 지원했다. EU 역시 바이오엔테크에 연구비 1억 유로를 투자했다.

그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이 창궐하면서 mRNA 백신을 개발할 기초 기술 연구가 어느 정도 끝난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도 빠른 개발을 촉진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설계도(기초 기술)를 미리 갖고 있었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건물(백신)을 빨리 올릴 수 있었다”며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이 역설적으로 상업성을 높여 각국 제약사가 다 뛰어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각국은 신속한 접종을 위해 여러 제약사에 백신 부작용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권을 부여했다. 미국은 2005년 제정한 ‘공공준비 및 비상사태 대비법(PREP)’에 따라 공중보건 위기 통제를 돕는 제품에 한해 면책권을 보장하고 있고 이번 사태에 이를 적용했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따른 배상이 필요할 때 제조사가 아닌 정부 재정으로 충당한다는 의미다. 이런 규정이 없는 EU 또한 부분 면책권을 인정했다.

○ 백신 안전성은 여전히 논란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이달 3∼7일 미 성인 남녀 11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자는 47%에 그쳤다. 26%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했다. 최근 영국의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5%가 “백신을 맞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백신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기간이 짧아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미국의 흑인 가운데 일부는 1932년부터 40년간 보건당국이 매독 연구를 위해 흑인 600명을 대상으로 비밀생체 실험을 자행했던 악몽 때문에 백신에 극도의 불신과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 흑인의 35%는 “백신이 안전하고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고 해도 맞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로 백신 효과 검증이 미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기석 교수는 “임상시험 후 1년간 경과를 두고 항체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는지 등을 관찰해야 하는데 이번 코로나19 백신은 상황이 워낙 다급하다 보니 시험 완료 약 한 달 만에 긴급 승인이 났다”며 효력이 오랫동안 유지되면 좋지만 효과가 3∼4개월에 불과하면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에도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수 제약사가 막대한 상업적 이득을 취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내년 화이자의 백신 매출 규모를 190억 달러로 예상했다. 올해 매출(9억7500만 달러)의 20배나 된다. 2022∼2023년에도 93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또한 모더나의 내년 매출을 132억 달러로 예상했다. 지난해 매출(6000만 달러)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모더나 주가는 이미 올해 약 700% 상승했다.

특히 모더나의 백신 개발에는 정부 지원, 즉 세금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특정 기업이 막대한 수익을 얻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존슨앤드존슨이 “백신 판매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도 대비된다.

조종엽 jjj@donga.com·임보미·김예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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