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창덕]마이크론과 키옥시아의 약진이 두려운 이유

  • 동아일보

김창덕 논설위원
김창덕 논설위원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2026 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50% 늘었다. 순이익 증가율은 1400%였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 매출액도 전 분기보다 20%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지만, 반도체 종주국 미국 역시 그에 못지않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 세계 반도체 패권을 갖고 있던 일본은 어떤가. 키옥시아는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만 주가가 800% 올라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일본 내 시가총액 1위가 됐다. 대규모 투자를 위해 내년에는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기업들이 한때 멀찌감치 따돌렸다고 생각했던 글로벌 경쟁자들이 인공지능(AI)발 호황 덕에 체력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다.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실탄 넉넉히 채운 경쟁자들의 반격

시계를 십수 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2006년 이후 극심한 위기에 빠져 있었다. 수요 부진에 D램 가격이 폭락했고, 반도체 기업들은 줄줄이 적자를 냈다. 1990년대 후반의 ‘1차 불황’, 2000년대 초반의 ‘2차 불황’을 겪으면서 7∼8개로 압축됐던 메모리반도체 기업 사이에서 또다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쟁자들을 낙오시키려는 ‘치킨게임’도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때의 경쟁을 “얼음판 위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몸싸움”에 비견하는 이도 있었다. 결국 2009년 독일 키몬다가 백기를 들었고, 2012년에는 세계 3위였던 일본 엘피다가 무너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출혈이 컸지만 승리의 대가는 달콤했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두 기업이 독식하게 됐고, 이 점유율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물론 중간에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2년 말 D램 공급 과잉으로 인한 짧은 빙하기가 찾아왔다. 글로벌 1위 삼성마저 반도체 사업에서 수조 원씩 분기 적자를 내며 고전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은 견고했고, 마이크론 등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렇듯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찾아오는 반도체 사이클은 결과적으로 한국 메모리반도체의 위상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 셈이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AI 붐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초대형 변수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차치하고서라도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까지 1년 만에 10배 이상씩 뛰다 보니 중하위권 기업들도 떼돈을 벌게 됐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미국, 일본, 대만 등의 잠룡들이 다시 꿈틀댈 힘을 얻었고, 10여 년 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에서도 경쟁자들이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은 삼성과 SK가 생산 규모와 미세 공정 기술 등 전반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막대한 실탄을 무기로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전면전이 펼쳐질 수 있다.

전리품에만 눈독 들이고 있는 한국

반도체는 이미 국가대항전 성격이 강한 산업이 됐다. 미국 정부가 관세 카드를 휘둘러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인텔 지분 10%를 직접 사들인 게 그 때문이다. 일본에선 도요타, 소니 등 8개 대기업이 출자한 리피더스가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배경도 마찬가지다. 두 나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마이크론과 키옥시아의 반격이 더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기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10%씩을 뚝 떼어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무슨 자격에선지 민간 기업 이익을 사회적으로 나눌 방법을 찾자고 제안한다. 반도체 공장 신설을 놓고도 ‘정치적 공방’부터 오가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전리품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가는, 다음 빙하기의 희생양은 우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미국 반도체#마이크론#매출 증가#일본 반도체#반도체 경쟁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