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종은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주목받은 업종 가운데 하나다. 연초 이후 건설업종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고, 업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11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약 15년 만에 코스피 평균을 웃도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수주 산업인 건설업은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 실적을 좌우할 신규 수주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이번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원전과 중동을 중심으로 한 해외 수주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해외 수주 기대를 이끈 첫 번째 모멘텀은 원전이다. 체코 원전 사업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원전 시장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면서 세계 원전 시장은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제한적인 공급자 구조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축적해 온 시공 경험과 기술력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모멘텀은 중동이다. 중동 전쟁 이후 재건 사업과 플랜트 발주 확대가 예상되며, 이는 국내 건설사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오랜 기간 중동 지역에서 다양한 플랜트와 인프라 사업을 수행한 경험을 축적해 왔다. 1966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건설사의 중동 누적 수주액은 약 5130억 달러로 전체 해외 수주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일부 프로젝트는 기존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피해를 입은 에너지 인프라 복구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유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중동 산유국들이 확대된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에너지·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것 역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건설주 랠리의 핵심 요인이 해외 수주 기대감이라는 점에서,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 중동 플랜트 호황을 떠올릴 수 있다. 당시에는 수주 규모 확대를 위한 저가 경쟁과 계약 금액을 사전에 확정하는 LSTK(Lump Sum Turn Key) 계약 구조로 인해 대규모 원가 손실이 발생했고, 이는 건설업종의 장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재의 사업 환경과 수주 전략은 당시와 차이를 보인다.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선별 수주 기조가 정착됐고, 초기 설계단계(FEED)부터 참여해 본공사(EPC)까지 이어지는 사업 방식이 확대되면서 수익성과 사업 안정성이 개선되고 있다. 지역과 공종도 과거보다 다양해지면서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 역시 낮아졌다.
결국 이번 해외 수주 사이클의 핵심은 단순히 수주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주의 질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변화한 사업 환경과 수주 전략을 함께 고려한다면 이번 해외 수주 사이클에 대한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해외 수주에 대한 기대가 건설업종의 주가를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그 기대가 실제 수주와 실적으로 이어지는지가 건설업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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