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판정 열흘 만에 플로리다 간 트럼프…‘승패 열쇠’ 경합주는 여전히 혼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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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 열흘 만에 격전지인 플로리다주에서 유세를 재개했다. 건강상태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강행한 유세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도 격전지인 오하이오주를 찾아 표심에 호소했다. 14일로 미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승패의 열쇠가 될 일부 경합주는 여전히 혼전이어서 양측 모두 사활을 건 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음성 판정 직후 “모두와 키스할래”
이날 오후 7시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샌포드 국제공항.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연단에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강한 지도자’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듯 약 60분간 진행된 연설 중 톤을 높이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정말로 강하다고 느낀다”며 “(코로나19) 면역이 됐기 때문에 더 이상 감염 걱정이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여러분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 모두와 키스를 하겠다”며 “남성과 아름다운 여성들 모두와 엄청 진한 키스를 하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날 유세 직전 그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혹하고 과학적 근거 없는 봉쇄 조치가 엄청난 피해를 불렀다. 우리는 정상적인 삶을 원한다”며 “나의 리더십 하에서 우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안전한 백신 개발과 빠른 회복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를 비판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은 모두 100% 샤프하다. 하지만 그(바이든)는 (이들의) 60%도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것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경합주 표심 놓고 두 후보 치열한 경쟁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의 유권자 상당수가 쿠바계를 비롯해 남미 출신의 히스패닉인 것을 겨냥해 “민주당 극좌파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미국을 사회주의 쿠바와 베네수엘라처럼 만들어 히스패닉들의 삶을 망가뜨릴 것”이라고 공격했다. 플로리다주는 2016년 트럼프가 11만2000표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면서 대선 승리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곳이다. 현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3% 안팎 앞서고 있지만 오차범위 내여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끝낸 뒤에도 연단에서 내려가지 않고 박수를 치거나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YMCA’ 노래에 맞춰 가벼운 춤을 추기도 했다. 지지자 중 상당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유세장에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과 이후의 무책임한 대응에도 ‘콘트리트 지지층’의 신뢰는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장면이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신(新)경합주인 오하이오주의 털리도에서 유세를 갖고 ‘러스트 벨트’ 지역의 표심에 호소했다. 그러나 그는 유세 도중 대통령이 아닌 “상원의원 출마가 자랑스럽다”며 또 실언을 했다.

●지지율 앞서는 바이든, 안심 못해
트럼프 대통령이 짐짓 여유를 부리며 승리를 호언하고 있지만 판세는 점점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6~9일 진행해 11일 발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42%로 바이든 후보(54%)보다 12%포인트 뒤졌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6개 전통적 경합주 지지율 평균으로는 바이든 후보에게 4.8%포인트 뒤쳐져 있다.

초조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 재개를 시작으로 이번 주에만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등 경합주 유세 일정을 빡빡하게 잡아놨다. AP통신은 “이런 강행군은 바이든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그가 얼마나 다급한 상황인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선거 결과를 결정할 경합주의 표심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격차는 불과 1.9%포인트, 애리조나주도 2.7%포인트에 불과하다. 4년 전 같은 시점에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경합주 평균에서 4.9%포인트 앞섰지만 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6개 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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