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선거 앞두고 집권 공화당, ‘脫트럼프’ 움직임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2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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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점점 더 큰 격차로 밀리면서 공화당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 탄핵심판 때만 해도 똘똘 뭉쳐 트럼프 대통령을 옹위했으나 ‘트럼프 리스크’ 때문에 막상 자신의 선거 패배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와 거리두기에 나서는 움직임도 보인다.

11일(현지 시간) 정치전문매체 더 힐과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도전하는 민주당 제이미 해리슨 후보는 지난 3분기 570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금했다. 이는 미국 정치사상 상원의원 후보가 모금한 분기별 자금 규모 중 가장 많다. 기존의 역대 최다 금액은 2018년 텍사스주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맞붙었던 베토 오루크 후보한테 쏠렸던 3800만 달러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보수 성향이 강한 공화당 텃밭. 더구나 현역인 그레이엄 의원은 2003년부터 18년 연속 자리를 지켜온 정치권의 대표적 거물 중진이다. 그런데 무명의 민주당 흑인 후보가 그의 아성을 흔들고 있는 것. 올해 초만 해도 해리슨 후보를 최대 17%포인트까지 따돌렸던 그였지만 최근에는 지지율이 동률까지 따라잡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의회 내 측근인사로 그의 호위무사를 자처해온 그레이엄 의원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뿐 아니라 알래스카주, 캔자스주, 콜로라도주 등 공화당 의원들이 우세했던 지역도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레드 스테이트’의 대표격인 텍사스조차 공화당 지지자들이 급속히 돌아서고 있는 추세.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을 9%포인트 차로 이겼던 곳이지만 현재는 트럼프와 바이든 격차가 불과 1.5%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다. 테드 크루즈 의원은 9일 CNBC 인터뷰에서 “변동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 우려된다”며 “만약 유권자들이 화가 나고 (트럼프 당선에 대한) 희망을 버린다면 피의 숙청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TV토론에서 난장판을 만든 것과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에 연달아 경악했다고 한다. 애리조나주의 마사 맥샐리 상원의원은 최근 경쟁자인 마크 켈리 민주당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진행자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반복하는데도 천장을 응시하며 동문서답만 이어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하원에 이어 상원 장악까지 노리고 연말 선거 캠페인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7일 부통령 TV토론에서 “바이든이 당선되면 취임 첫 날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법안을 철회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친 데에는 이렇게 뒤바뀐 상원 지형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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