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건, 중국 보란듯 대만 방문…차이잉원 등 고위급 회담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9일 2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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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미-대만 단교 후 대만 찾은 최고위급 인사
AP통신 "사실상 대(對)중국 견제 차원" 해석 내놔
대만서는 "하나의 중국 깨졌다…대미 관계 정상화"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9일 대만에 도착했다. 에이자 장관은 지난 1979년 미국과 대만이 공식적으로 단교한 이후 대만을 방문한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다.

에이자 장관 측은 이번 방문을 놓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 대만과의 협력을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으나, AP통신, CNN 등 미국 현지 매체는 사실상 대(對)중국 견제 차원이라고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에이자 장관은 이날 오후 4시48분께 대만 북부 타이베이 쑹산(松山) 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2014년 지나 매카시 환경보호청장 이후 미 행정부 고위 인사의 대만 방문은 약 6년 만이다.

3일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한 에이자 장관은 10일 오전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의 제임스 모리아티 대표 등과 함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만난다.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 천젠런(陳建仁) 전 총통, 라칭더(?淸德) 부총통과 회담이 예정돼 있다.

에이자 장관은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의 분향소가 마련된 타이베이빈관 조문 등의 일정을 마치고 13일 대만을 떠난다고 대만 매체는 전했다.

대만에 대해 ‘하나의 중국’을 강조해온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6일 중국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은 ‘도발’이라며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은 많은 카드를 갖고 있으며 여기에는 군사 카드도 포함돼 있다”고 위협했다.

미·중 갈등이 무역에서 기술, 남중국해, 코로나19 기원 문제까지로 번지는 가운데 대만은 양국 관계의 핵심적인 자극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중(反中) 성향의 차이 총통의 집권 2기가 시작되자 대만을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하고 중국을 압박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8년에는 미국과 대만 양국의 고위공직자가 자유롭게 상대 국가를 방문할 수 있도록 ‘대만 여행법’을 통과시키며 대만과의 교류를 확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F-16V 전투기, M1A2 에이브럼스의 대만형인 M1A2T 전차, 스팅어 미사일 등 100억 달러(약 12조4400억원)가 넘는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등 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에이자 장관의 방문에 대만 내부에서는 미국과 대만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대만 민진당 소속 외교안보위원회 위원인 왕팅유 의원은 “AIT가 에이자 장관의 방문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미국이 대만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시작했으며, 더는 중국의 시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 역시 이는 지나친 낙관주의라는 해석이다.

알렉산더 황 대만 담강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새롭게 한다는 건 매우 매력적이고 낭만적인 제안”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미국-중국-대만에 혼란을 가져올 극도로 복잡한 외교적 공학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반운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는, 미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온 일정이지만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틀어놓게 할 가능성은 낮다”고 해석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선율에 맞춰 춤을 출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다”며 “중국은 미국의 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3개월 동안 숨을 죽이고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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