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원 최악 적자에도… 손정의 “벼랑 아래 내려다볼 여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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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 공격적 투자 흔들… 1분기 日기업 역사상 최대 손실
“투자처 15개사 크게 성공할 것”… 적자 부른 비전펀드 반전 자신감
자신을 예수에 빗대 논란 휩싸여… 日신문 “확대 대신 선택과 집중을”

재일교포 3세 손정의 회장(63·사진)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1분기(1∼3월)에 일본 기업 역사상 분기 최대 적자인 1조4381억 엔(약 16조50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그럼에도 손 회장은 “벼랑 아래를 내려다볼 여유가 있다”며 실적 개선을 낙관했다. 특히 향후 계획을 설명하며 자신을 예수에 빗대 논란에 휩싸였다.

소프트뱅크그룹은 18일 2019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적자가 9615억 엔(약 11조 원)이라고 밝혔다. 연간 적자는 2004년 이후 15년 만이고 적자액은 1981년 설립 이후 가장 컸다.

특히 올해 1분기 적자는 분기 적자액으로 사상 최대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운용액 10조 엔의 ‘비전펀드’가 투자한 미 사무실 공유기업 위워크, 미 차량공유업체 우버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이날 각국 애널리스트와의 화상 회의에서 보유 중인 중국 최대 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주식 등을 팔아 4조5000억 엔의 현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2조5000억 엔은 자사주 매입에, 나머지는 재무 개선에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미 3위 통신사 T모바일의 지분을 독일 도이체텔레콤에 전량 매각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실적 악화 등으로 올해 배당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예수 또한 이해받지 못하고 비난받았다. 전설적 그룹 비틀스 역시 초기에는 인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향후 비전펀드 등의 실적 개선이 일어나면 자신이 재평가될 것이라고도 했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 투자처 88개사 중 15개사가 도산할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15개사는 크게 성공할 것”이라며 “그중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이 될 기업도 있다”고 자신했다. 이 성공한 15개 기업이 비전펀드가 출자한 기업 가치의 90%를 차지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예수는 10조 엔 펀드가 없었다’며 차가운 반응을 보내고 있다. 과도할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며 공격적 투자를 해왔던 손 회장의 경영 방식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환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끊이지 않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금까지와 같은 확대일변도 전략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활발한 의료물품 기부를 하고 있는 손 회장은 이날도 “의료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전 세계 친구들에게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조달한 방호복과 마스크 등을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에 무상 제공하고 있다. 여론은 엇갈린다. ‘방역보다 실적 개선에 집중하라’는 비판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못 하는 일을 손 회장이 한다’는 칭찬이 대립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소프트뱅크#손정의 회장#1분기 최대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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