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코로나19 발발 이후 공동묘지 대규모 증축”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13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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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늘어난 사망자 수용하기 위해 작업한 듯
SNS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 위한 묘지' 영상 게시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주요 발병국가인 이란에서는 최근 공동묘지를 대규모 증축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란 정부가 코로나19 피해를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이란 중부 시아파 성지 도시 ‘곰’에 위치한 공동묘지에 약 90m에 이르는 도랑 두 개가 새로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사망자를 수용하기 위해서다.

WP는 미국 민간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베헤시트에 마수메(Behesht-e Masoumeh) 공동묘지의 위성사진을 여러 장 공개하며 지난달 21일부터 이곳에서는 증축을 위한 도랑 파기 작업이 시작됐다고 했다.

이란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자가 최초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시점이 지난달 19일임을 고려하면 불과 이틀 만에 이같은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맥사 테크놀로지 소속의 한 분석가는 “도랑의 크기와 작업 속도 등을 살펴보면 사망한 사람의 지인과 가족들이 함께 하는 기존의 (이란 장례식) 관행과 상당히 다른 점을 알 수 있다”며 이번 증축이 코로나19의 사망자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WP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베헤시트에 마수메 공동묘지에 새로 파인 도랑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과 함께 ‘이 묘지는 코로나19 희생자를 위한 것’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와있다고 보도했다.

분석가는 또 “묘지 주변에 거대한 석회 무더기를 위성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지목했다. 이란에서는 공동묘지에서 시신의 부패와 악취를 완화하기 위해 석회를 사용한다. 이란 보건 당국은 최근 “코로나19 사망자를 매장할 때 석회를 사용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일 BBC 이란 방송은 베헤시트에 마수메 공동묘지에 남성 여럿이 관을 들고 이동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이곳은 코로나19 사망자를 위해 마련된 구역이다”고 해설했다.

해당 보도에서는 “(공동묘지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지금까지 250명 이상의 코로나19 사망자를 묻었다고 말했다”는 자막이 표출됐다. 보도가 나온 3일 기준 이란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77명임을 감안하면 3배가 넘는 숫자다.

영국 가디언도 전문가를 인용해 이란 정부가 코로나19의 피해 규모를 축소해 발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콜레라 발병 역사를 소개한 저서 ‘현대 전염병’의 저자인 아미르 아프카미 미국 조지워싱턴대 조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정부가 대규모 묘지를 새롭게 만들어 질병 확산 실태를 축소하려 하는 점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과 밀접한 교역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우려해 초기에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프가미는 “게다가 이란의 불투명한 행정조치와 발병의 진원지인 ‘쿰’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패, 격리와 같은 강력한 대응 실패가 바이러스 확산에 일조했다”고 부연했다.

이란은 중국, 이탈리아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은 국가다. 12일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만에 1075명이 증가하며 1만75명으로 급증했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75명 늘어난 429명이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은 4.3%로 중국(3.9%)을 능가한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긴급자금 50억 달러(약 6조원)를 국제통화기금(IMF)에 요청했다고 AP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이란이 IMF에 긴급자금을 요청한 것은 1962년 이후 58년 만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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