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 기독교·이슬람·유대교 시설 갖춘 ‘종교 단지’ 2022년 세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3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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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아브라함 가족의 집. 출처 더 내셔널
UAE 아브라함 가족의 집. 출처 더 내셔널
아랍에미리트(UAE)에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예배 시설이 동시에 갖춰진 종교 단지가 2022년 세워진다.

22일 UAE 영문매체인 ‘더 내셔널’에 따르면 아부다비 사디야트섬에 마련될 이 종교 단지는 ‘아브라함 가족의 집(Abrahamic Family House)’으로 불릴 예정이다. 세 종교에서 모두 아브라함(이슬람교에선 이브라힘이라 호칭)을 ‘믿음의 아버지’ 혹은 ‘첫 번째 예언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UAE 당국이 아브라함 가족의 집을 세우기로 결정한 이유는 종교 간 이해와 포용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종교 간 화합과 평등을 강조하기 위해 세 종교의 예배 시설은 모두 같은 높이로 설계됐다. 각 종교의 상징성을 감안해 기독교 교회는 해가 뜨는 동쪽, 이슬람교 모스크는 메카, 유대교 사원은 예루살렘 방향으로 세워질 예정이다. 또 종교 단지 중앙에는 세 종교의 예배시설로 이어지는 정원도 조성될 예정이다. 정원은 세 종교의 뿌리가 같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브라함 가족의 집 설계를 담당한 영국의 유명 건축가 데이비드 아드제이 경은 “세 종교를 한 가지 형태로 갖춘 건축물은 한 번도 없었다”며 “각 종교의 독특함을 살리면서도 이것이 (정원을 통해) 하나로 이어져 있는 건축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UAE는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고 있는 나라 중 사회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고, 비(非)무슬림을 위한 종교 시설도 잘 갖춰놓은 편이다. 하지만 UAE에서는 타종교에 대한 선교활동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아브라함 가족의 집 설립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UAE 안팎에서는 올해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UAE 방문이 이 같은 변화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황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아라비아 반도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슬람교 수니파 신학의 총본산인 이집트 알아즈하르의 대이맘 셰이크 아흐메드 엘타예브와 ‘인간 박애 선언’에 서명했다. 또 두 사람은 종교 간 화합, 선의, 평화 도모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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