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하로 트럼프 무역전쟁 지원해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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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위험성 신호 보내야”… 前연준 3인자 ‘정치중립 포기’ 주장
연준 “정치적 고려는 없다” 일축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전 고위 간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을 비판하며 “연준이 내년 대선에 통화정책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을 막기 위해 연준이 고수해온 ‘정치적 중립의 원칙’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지난해 6월 퇴임한 윌리엄 더들리 전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7일 블룸버그통신 기고문에서 “중앙은행 관리들이 선택에 직면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 격화의 재앙적 경로를 계속 따라가게 하거나, 행정부가 그렇게 한다면 연준이 아니라 대통령이 차기 선거 패배 등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의 목표가 최상의 장기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라면 연준 관리들은 자신들의 정책 결정이 2020년 정치적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무역전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측면 지원해선 안 되며, 무역전쟁을 지속하면 내년 대선에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정치적 고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더들리 전 총재의 발언에 대해 “금리 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에 해를 끼치는 무역전쟁을 격화시키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정치적 중립 접근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의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 연준이 금리를 1%포인트 이상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연준 책임론’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연준과 지도부를 비난하는 트윗을 11번 올렸다. 27일에도 “연준은 우리 제조업자들이 수출을 고민하는 것을 지켜보길 좋아한다”며 “우리 연준은 너무 오랫동안 틀렸다”고 비난했다.

뉴욕 연은 총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고정투표권을 가지며 의장, 부의장에 이어 ‘연준 3인자’로 불린다. WSJ는 “경제학자들과 다른 연준 관리들에게 충격을 준 그의 제안은 중앙은행이 금리 결정에서 당파적 정치를 고려하지 않는 관행으로부터의 의미 있는 결별”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미셸 스미스 연준 대변인은 “연준의 정책 결정은 오로지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를 유지하기 위해 의회가 위임한 권한을 따른다. 정치적 고려는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다”며 더들리 전 총재의 주장을 일축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연준#트럼프#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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