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뇌를 가진 20대…치매, 꽃다운 24세를 앗아갔다

  • 동아닷컴
  • 입력 2026년 1월 9일 15시 11분


영국 청년 안드레 야햄은 23세 생일을 앞두고 치매 진단을 받은 지 1년 반 만에 사망했다. 가족 제공.
영국 청년 안드레 야햄은 23세 생일을 앞두고 치매 진단을 받은 지 1년 반 만에 사망했다. 가족 제공.
“의사가 말했어요. 제 아들의 나이를 몰랐다면, 70세 치매 환자의 뇌라고 생각했을 거라고요.”

영국 잉글랜드 노퍽에 살던 안드레 야햄(Andre Yarham)은 2024년 6월, 만 23세 생일을 몇 주 앞두고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불과 1년 반 뒤인 2025년 12월 27일, 그는 감염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24세. 영국에서 치매로 숨진 최연소 사례로 알려졌다.

너무 이른 나이에 맞은 죽음. 그의 가족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안드레의 뇌를 치매 연구를 위해 기증한 것이다.

“치매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어머니 샘 페어베언(49)은 BBC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치매는 노인에게만 오는 병이 아니에요. 나이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녀가 아들의 변화를 처음 느낀 것은 2022년 말이었다. 그해 11월, 아들의 양아버지와 재혼한 후부터 안드레의 행동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예전과 달리 부적절해 보이는 행동을 종종 했다. 기억력 저하도 두드러졌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5%애 불과할 정도로 희귀 질환이다. 30~64세에서 발병하는 조기 치매 확률은 0.092%로 지극히 낮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전두측두엽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5%애 불과할 정도로 희귀 질환이다. 30~64세에서 발병하는 조기 치매 확률은 0.092%로 지극히 낮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집 근처 가게에 다녀오겠다고 나간 뒤, 한참 후 시내 한복판에서 집에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몰라 헤맨 적도 있었죠 .”

처음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상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전두엽 치매가 진행되면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고, 충동적이거나 예측 불가능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성격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나이 모르면 70세 노인의 뇌라고 할 것”
결정적인 순간은 뇌 영상 검사였다. 노퍽·노리치 대학병원에서 촬영한 뇌 MRI(자기공명영상)에서 뇌가 비정상적으로 쪼그라든 것을 확인했다. 이후 케임브리지의 애든브룩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때 의료진의 반응을 어머니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전문의가 그러더군요. ‘나이를 몰랐다면, 70세 치매 환자의 뇌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요.”

영국의 한 치매 단체(Dementia UK)에 따르면 30~64세에서 발병하는 조기 치매는 인구 10만 명당 92명꼴이다. 백분율로 나타내면 0.092%로 지극히 낮은 확률이다. 30세 미만 치매 환자는 세계적으로도 희귀 사례다. 너무 젊어 치매를 의심하기 쉽지 않았다. 검사와 진단도 더디게 이어졌다. 결국 2024년 6월, 전두측두엽 치매라는 공식 진단이 내려졌다.


유전자 돌연변이, 그리고 너무 빠른 악화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안드레의 치매는 ‘타우(tau)’ 단백질을 조절하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돼 있었다. 이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비정상적으로 엉킨 타우 단백질이 쌓여 뇌세포를 파괴한다.

어머니는 “고령 환자에게서는 수개월에 걸쳐 나타날 변화가, 안드레에게서는 몇 주, 때로는 며칠 만에 진행됐다고 의사들이 말하더군요”라고 설명했다. 젊은 나이 때문에 병의 진행이 유난히 빨랐으며 의료진조차 그 속도에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어머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을 전적으로 돌봤다. 옷 입히기, 씻기기, 먹이기까지 모두 가족의 몫이었다.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2024년 9월, 그는 느리지만 걸어서 요양시설로 들어갔다. 하지만 한 달 남짓 만에 휠체어에 의존하게 됐다. 12월 초 감염으로 입원한 뒤, 호스피스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30세 생일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25세도 채우지 못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뇌 기증, 아들 성격이라면 ‘멋진 일’이라고 했을 것”
Dementia UK에 따르면 전전두엽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5%에 불과하다. 특히 45세 미만에서 발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재로서는 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법도 없다.

어머니는 말했다.
“암에는 항암 치료도 있고, 부분적으로 완화(remission)하는 희망도 있잖아요. 하지만 치매는 달라요. 아무것도 없어요.”

안드레는 순식간에 증상이 악화해 본인 스스로 장기 기증을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가족은 안드레의 뇌를 연구 써달라며 애든브룩 병원에 기증했다.

“기증한 뇌 연구 덕에 단 한 가족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몇 년이라도 더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이어 “아들이 살아 있었다면, 자기 뇌가 연구에 쓰인다는 걸 ‘쿨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남을 돕는 걸 정말 좋아하던 아이였거든요”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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