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美가 이란 드론 격추 ‘일촉즉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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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 美드론 격추 한달만에
트럼프 “신호 무시해 격추” 직접 밝혀… 선박 보호 다국적 호위연합체 강조
이란 “드론 잃지 않았다” 즉각 부인속 유엔서 ‘핵사찰 타협안’ 언급해 주목

19일(현지 시간) 미국 해군이 공개한 미 상륙함 ‘USS 복서’. AP 뉴시스(미 해군 제공)
19일(현지 시간) 미국 해군이 공개한 미 상륙함 ‘USS 복서’. AP 뉴시스(미 해군 제공)
미국이 18일(현지 시간) 오전 10시경 중동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무인기(드론)를 격추했다. 지난달 20일 이란이 미 드론을 격추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또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 위한 다국적 호위연합체 구성에도 나서는 등 중동 전체가 일촉즉발의 긴장상태에 접어들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방금 ‘빅 이벤트’가 일어났다”며 직접 드론 격추 사실을 알렸다. 그는 “이란 드론 한 대가 미 해군 강습상륙함 ‘복서’의 약 914m까지 접근했다. 이 드론은 수차례의 물러나라는 신호를 무시했고 복서 및 선원들의 안전을 위협했다. 즉시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추 발표 직전 백악관 집무실에서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5년 체결된 이란과의 핵 합의는 매우 단기적이다. 100년 효력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기 합의를 하면) 이란은 향후 몇 년 안에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며 이를 용납할 수 없다. 당시 합의는 재앙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란은 후퇴하고 있다. 미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후퇴하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 물러나고 있다. 이란의 인플레는 75%이고 원유도 거의 팔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제재 강화를 시사했다. 미 재무부는 핵농축 과정에 쓰일 수 있는 알루미늄을 이란에 조달해 준 벨기에, 중국 등 기업 7곳과 개인 5명을 제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호르무즈해협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다국적 호위연합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도 자국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갈 때 이를 보호해야 한다. 앞으로 미국과 함께 일할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19일 워싱턴 주재 외교단을 상대로 이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미 몇몇 국가로부터 동참 의사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일평균 원유 해상물동량(약 5300만 배럴)의 약 32%가 통과하는 핵심 원유 수송로다.

이란은 즉각 격추 사실을 부인했다. 아바스 아락치 외교차관은 19일 트위터에 “호르무즈해협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드론을 잃지 않았다. ‘복서’가 미 드론을 실수로 떨어뜨린 게 아니냐”고 비꼬았다. 전날 알리 파다비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은 “미국 배는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으로 들어올 때마다 지옥에 온 것처럼 느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날 나흘 전 조난 신호를 받고 구조한 파나마 선적 유조선 리아호 및 선원 12명도 석유 밀수 혐의로 억류했다. 미 국무부는 “해당 배와 선원을 즉각 석방하라”고 맞받아쳤다.

다만 사태 해결을 위한 물밑 움직임도 감지된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뉴욕 주유엔 이란대표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이 원하면 이란은 즉시 핵확산금지조약(NPT) 추가 의정서를 비준할 수 있다. 그러면 그가 제재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재만 풀어주면 핵합의 당시 2023년으로 예정됐던 NPT 비준 시점을 대폭 앞당기겠다고 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영구 사찰 허용’ 등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한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전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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