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핵심 추기경, “비가노 대주교의 교황퇴진 요구는 정치 조작극”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7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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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핵심 추기경이 7일 최고위 사제에 대한 성 비리 제재를 무효화시켰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퇴진을 요구했던 대주교를 겨냥해 “실제 근거가 없는 정치적 조작”을 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날 바티칸 고위사제실 실장인 마르크 켈레 추기경은 서한을 통해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의 지난 8월 말 교황 퇴진 요구를 “중상과 명예 훼손”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25일 교황의 아일랜드 방문 중 바티칸의 전 주미대사였던 비가노 대주교는 전현직 바티칸 고위직과 미 카톨릭 지도자들이 전 워싱턴 디씨 대주교인 시오도르 맥캐릭(88) 추기경의 성적 비리를 은폐 묵인했다면서 프란치스코의 퇴진을 요구하는 11페이지 편지를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비가노는 2013년 취임한 프란치스코가 신학생들과 성적 비행을 저지른 맥캐릭 추기경의 비리를 알고도 그를 중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켈례 추기경은 이날 교황이 문제의 비리를 인지하고 있었거나 전 교황이 부과한 맥캐릭 추기경 제재를 무효화했다는 어떤 문건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교황을 비난해온 보수파 잡지에 게재된 비가노 편지를 “신성 모독적”이라고 성토한 추기경은 비가노에게 숨지 말고 떳떳이 나타나 회개하라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바티칸 온 문서를 다 뒤져서라도 맥캐릭이 젊은 신학생 및 사제들을 성적으로 강탈해온 의혹이 제기되어왔는데도 승진을 거듭해온 이유를 알아낼 것을 요구했다. 교황은 비가노 편지 소동이 있기 한 달 전 맥캐릭 비행이 바티칸에서 확정되자 추기경직을 박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가노의 퇴진 요구 편지에 관해 아일랜드 방문 후 귀환 비행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으나 “되지도 않는 말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한 마디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답한 바 있다.

전날의 고문서 조사 명령과 이날 켈레 추기경의 서한은 비가노 및 보수파에 대한 교황의 대응 전략이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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