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건물 잔해속, 소녀의 손가락이 꿈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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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지진 이틀째 극적으로 발견… 석재 테이블 밑에 피신해 생존
실종된 어린이 5명도 함께 있어… 국민적 관심속 필사의 구조 작업

대지진이 멕시코 중부를 강타한 지 이틀째를 맞는 가운데 붕괴된 초등학교 잔해 밑에 깔린 12세 소녀의 구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수도 멕시코시티 남부 ‘엔리케 레브사멘’ 초등학교는 19일 오후 1시 15분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으로 붕괴돼 최소 30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곳이다. 재난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는 20일 오전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 사이에서 작은 손가락 하나를 발견했다. 구조대원이 “내 말이 들리면 손을 움직여 봐”라고 외치자 놀랍게도 손가락이 까딱까딱 움직였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멕시코 전역에 퍼졌다. 프리다 소피아로 알려진 12세 소녀는 대지진으로 슬픔에 빠진 멕시코 국민에게 희망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소녀를 구출하기 위한 노력은 시시각각으로 멕시코 전역에 생중계됐고,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도 앞다퉈 이를 보도했다. 구조대원은 콘크리트 잔해 사이를 비집고 나온 이 소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필사의 구조 노력을 다짐했다.

구조대는 소피아가 지진 당시 석재 테이블 밑에 피신해 목숨을 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소녀의 주변에 실종 처리된 어린이 5명도 함께 있는 것도 밝혀졌다. 하지만 다른 어린이들의 생사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구출은 쉽지 않았다. 중장비를 사용하면 건물이 추가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통로를 만들어야 해 하루 넘게 작업했지만 지진 발생 40시간 뒤인 21일 오전까지도 소녀를 꺼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밤에 비까지 내려 구조작업은 더욱 더디게 진행됐다. 멕시코 국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녀의 무사 구출을 희망하는 수십만 개의 글을 올려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다른 구조 현장에서도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72시간 안에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1분, 1분에 사람 생명이 달렸다”며 신속한 구조작업을 독려하고 있다. 멕시코는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3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망자는 점점 늘고 있다. 매체에 따라 다르게 집계되고 있지만 21일 오전 현재 전체 사망자는 250명을 넘었다.

주성하 zsh75@donga.com·조은아 기자
#강진#멕시코#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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