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아니었다?…계속되는 홍콩서점 직원 ‘실종 미스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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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체제 서적을 판매해오다 지난해 실종된 홍콩 ‘퉁뤄완(銅鑼灣)서점’ 관계자 5명 중 린룽지(林榮基) 씨가 14일 네 번째로 모습을 드러냈다. 같이 실종됐다가 홍콩에 먼저 돌아온 동표 3명과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의 실종 사건을 더 이상 조사하지 말아달라고 홍콩 경찰에 요구했다. 실종된 5명 중 한 명은 아직 중국에서 조사 받고 있다.

장기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다 홍콩으로 돌아온 이들이 하나같이 실종사건 조사 중단을 요구하면서 이들이 중국에 어떻게 연행돼 무슨 조사를 받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광둥(廣東) 성에서 동료 2명과 함께 실종된 린 씨는 전날 홍콩으로 돌아오자마자 경찰에 자신의 실종 사건 조사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자신의 행적과 중국에서의 조사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린 씨와 같은 시기에 광둥 성에서 실종됐던 뤼보(呂波)와 장즈핑(張志平) 씨, 그리고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실종된 퉁뤄완 서점의 대주주 리보(李波) 씨 등은 올 3월 차례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중국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현재는 지난해 10월 태국에서 실종된 뒤 광둥 성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구이민하이(桂敏海) 씨만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들의 실종 사건이 올 1월 초 처음 알려지면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 논란과 함께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침해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이 자신들의 조사 경위 등을 밝히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의 자유 침해 논란은 이들이 몸담았던 퉁뤄완이 중국에 비판적인 서적을 판매하는 대표적인 서점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리보 씨의 경우 홍콩에서 실종된 후 중국으로 건너갔다는 출입국 기록이 발견되지 않아 ‘불법적으로’ 대륙으로 연행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일국양제 침해에 해당된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지만 2047년까지는 ‘홍콩기본법’에 따라 외교와 국방 외에는 홍콩의 자치가 보장돼 있다. 따라서 중국 공안이 임의로 홍콩에서 홍콩 시민을 대륙으로 연행해 가서 조사하는 것은 일국양제 침해다. 영국도 이들 서점 관계자 5명의 조사에 우려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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