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진출 기대” 국제사회 이란제재 해제에 정부-재계 ’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7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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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전격 해제되자 정부와 기업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밀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섰던 대(對)이란 제재의 족쇄가 풀린 것을 계기로 이란과의 교역 및 투자를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제재가 해제되는 날만을 기다렸다”는 표현까지 쓰며 “지난 수 년 간 훼손됐던 한-이란 관계 재구축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란 제재 해제, 중동 수출·투자에 호재

기재부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행, 전략물자관리원 등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핵 등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전략물자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한 이란 수출입 제한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유가 하락으로 중동 수출 및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나온 이번 조치로 이란을 비롯한 수출 확대는 물론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조선 등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 이란의 교역 규모는 2011년 174억 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이란 제재 여파 탓에 지난해 61억 달러 규모로 급격히 감소했다. 2011년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원유 도입의 9.5%를 이란에 의지하고 3000개에 달하는 기업이 이란과 무역을 할 정도로 교역이 활발했다. 하지만 우방국인 미국의 요청에 ‘울며겨자먹기’로 제재에 동참해야 했다. 다만 한국은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영업을 정지시키는 제재를 취하면서도 국책은행(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계좌를 개설해 수출입 대금 결제를 허용하는 등 최소한의 통로는 열어뒀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한국 수출시장 확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KOTRA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자동차, 가전, 의료기기, 석유화학 등 한국과 거래 중인 주요 분야 이란 바이어 521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란 바이어 열 명 중 아홉 명은 한국산 수입 확대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이란 자동차 내수 시장이 지난 2011년 173만 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수출 제재 이후 지난해 110만 대 안팎까지 떨어졌는데 제재가 풀리면 이란 내수 경기가 수년 내에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국내 자동차 업체들로서는 큰 기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정부, 이란 시장 진출 적극 추진

정부는 새로 열리는 이란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제재 해제 이후 이란이 중동의 새로운 경제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르면 당장 2월 말 장관급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해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100명의 경제사절단을 파견한다. 경제사절단은 건설, 발전 등 SOC를 중심으로 양국간 협력사업에 대한 논의할 계획이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영업도 곧 재개된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1월 멜라트은행에 서울지점을 다시 열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통보했다. 다만 이란 거래에서 미국 달러화 사용은 계속 금지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당분간 현행 원화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이란 발(發) 특수를 기대하는 건설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제재 전 이란에서 공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던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은 이번 제재조치 해제를 계기로 신규 수주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한국 건설사들은 이란에서 정유 플랜트 기술 경쟁력이 높아 수주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도 “이란이 최근 침체된 중동 수주 시장에 돌파구가 돼 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저유가가 워낙 심각해 수주 전망을 긍정적으로 하긴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저유가로 이란도 재원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수주하려는 기업의 자금조달 능력을 더욱 꼼꼼히 볼 것”이라며 “한국 기업도 파이낸싱 계획 등을 철저히 해 수주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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