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용 마스크가 최신 유행 패션 아이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3일 14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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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피코마스크 홈페이지
사진=피코마스크 홈페이지

일본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낯선 광경에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마스크, 그것도 수술용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몸이 아파 병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비슷한 이유로 건강한 사람이라도 세균의 침투를 막기 위해 쓴 경우도 있다. 만약 계절이 봄이라면 꽃가루 알레르기를 막기 위해 많은 이가 마스크를 찾는다. 얼굴의 여드름이나 뾰루지를 숨기기 위해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수술용 마스크를 찾는 젊은이들이 최근 몇 년 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바로 미용 목적이다.

일본의 '로켓뉴스24'는 최근 수술용 마스크가 일본 젊은 층의 패션 트렌드가 됐다며 이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뉴스 포스트 세븐'이 도쿄의 유행 중심지 시부야에서 수술용 마스크를 쓰고 있는 100명을 조사한 결과 30%는 병이나 알레르기와 무관했다.

또 이달 초 니혼TV의 뉴스프로그램 'ZIP'은 패션 아이템으로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젊은이들을 조명했다. ZIP은 병이나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들이 왜 수술용 마스크를 쓰는지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화장을 하지 않아 얼굴을 숨기고 싶을 때.
2.얼굴을 따뜻하게 유지하기위해.
3.얼굴이 작아 보이게 하고 싶어서.
4.편안해서.
5.잠 잘 때 목이 마르는 것을 막으려고.

여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일부 여성은 화장을 안했거나 화장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얼굴을 가리는 목적뿐만 아니라 남에게 보다 매력적인 외모로 보이기 위해 마스크를 활용하고 있었다.

한 여고생은 "마스크를 쓰면 눈만 보이기 때문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며 "마스크 덕에 내 얼굴이 귀여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수요가 많다보니 특화된 상품도 나왔다. 피코마스크 사는 2010년부터 세련된 외양에 다양한 색깔을 가진 수술용 마스크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다른 분석도 있다. '자기 격리(Self-Isolation)'를 위해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많은 젊은이가 왜 마스크로 자신의 얼굴을 숨기기 시작했는지를 분석한 책 '의존증(依存症)'을 쓴 기쿠모토 유조 씨는 군중 속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걸 막기 위해 많은 학생이 마스크를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젊은이들은 동료들에게 자신의 참모습이 보여지는 걸 비정상적으로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튀어나온 못이 정맞는다'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일본인들은 어릴 때부터 무리에서 튀지말라는 교육을 받는다. 많은 사람이 도드라지는 걸 꺼린다.
그래서 일본 학생들은 수업 중 질문을 받으면 일부러 틀린 답을 하기도 한다. 잘난체한다며 학우들이 '왕따'를 시킬까봐 걱정해서다.

수술용 마스크는 이런 젊은이들이 무리에 섞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제공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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