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새권력 美 오바마 재선]부채한도증액 발등의 불… 재선되자마자 여야지도부에 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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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2기… <中> ‘재정 절벽’을 넘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투표 후 첫날인 7일(현지 시간) 워싱턴 여야 의회 지도부에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 소속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오바마는 “국가 부채를 감축하고 중산층과 소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일자리 창출을 관한 초당적인 합의를 위해 대통령이 먼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재임에 성공하자마자 여야 의회 지도부와 통화를 한 것은 당파를 떠나 국민의 이해와 미국 경제를 우선으로 생각하라는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적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는 밝혔다. 새로 구성되는 차기 의회도 상원은 민주당이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태. 과거처럼 의회가 중요 이슈마다 부딪쳐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 초당적인 협력을 촉구한 것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난해 여름 여야가 합의에 실패한 부채한도 증액 문제. 연말까지 서둘러 처리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6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긴축을 자동적으로 해야 하는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맞닥뜨리게 된다. 여야가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할 경우 자동적으로 정부지출 축소와 세금 인상이 뒤따르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레임덕 세션’ 기간 동안에 이 문제를 처리해야만 한다.

지난해 국가부채한도를 상향조정하면서 의회는 어떤 분야에 얼마만큼 재정지출을 줄일지를 협의하기 위한 슈퍼위원회를 만들었으나 협상이 실패해 10년에 걸쳐 1조2000억 달러를 무조건 삭감하기로 했다. 내년 1월 초부터 세출 감소 등으로 약 5920억 달러의 재정적자 감축이 예상된다. 이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0.3%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 뒤 기자회견을 열고 “오바마 대통령과의 예산 협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아주 화해적인 톤으로 말했다. 내년도 재정절벽 위기를 피하기 위해 초당적 차원에서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였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타협이란 더러운 용어가 아니다”라며 “싸우는 것보다 춤을 같이 추는 게 낫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입법이란 타협의 예술이고 의회는 합의를 위한 건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 당선 이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의 갈등으로 재정절벽 문제가 당장 해결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금융시장 불안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CNBC는 올해 9월 씨티그룹을 인용해 “만약 민주당과 공화당이 재정절벽을 막을 수 있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이 투매에 들어가 뉴욕 증시가 20% 급락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 금융권과 산업계에서 현재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지난해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연말이나 내년 초 재연되는 시나리오다. 지난해 장기적인 재정지출 삭감을 조건으로 국가부채한도를 2조1000억 달러 상향 조정한 16조4000억 달러로 올렸지만 이미 지난달 16조 달러를 넘어서 약 2000억 달러의 여유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가부채한도 상향조정을 놓고 지난해와 같은 정부와 의회의 줄다리기가 다시 일어날 경우 미국 경제는 또 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와 타협해야 하는 경제과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는 공약으로 밝혀온 ‘부유층 증세(增稅)’를 집권 2기 들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방법으로 세수를 늘려 정부 곳간을 채워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큰 정부’를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경기부양을 위해 개인소득세율을 40%에서 35%로 낮춘 ‘부시 감세’가 올해 말로 종료된다. 오바마는 세금 증가로 급격히 경기가 고꾸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산층 등 서민과 중소기업들은 감세를 1년 더 연장해주는 대신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부부 합산) 부유층에 대해서는 감세 조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증세 조치다. 또 자본소득세율을 현행 15%에서 25%로, 상속세율을 35%에서 45%로 올려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정책 의지를 드러냈다.

오바마가 이를 추진하는 것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도 적자를 줄여야 하는 상충된 정책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2월 미 의회에 10년간 4조 달러의 적자를 감축하는 예산안을 제출해 놓았으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7.3%인 재정적자 비율을 2022년까지 2.8%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출 부문에서는 국방비와 소득보장 지출을 삭감하고 재정 수입 부문에서는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는 구상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약 4조 달러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오바마 행정부의 주장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오바마 2기 시리즈 (中)편으로 예고했던 ‘글로벌 다자 협력’은 (下)편으로 마지막 회에 싣습니다.
#미국 대선#오바마#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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