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연방선거관리위원회(IFE)는 1일(현지 시간) 제1야당인 제도혁명당(PRI)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후보(46·사진)가 37%의 득표율로 당선이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2위인 좌파 야당 민주혁명당(PRD)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32%)를 5%포인트 앞섰다. 집권보수당인 국민행동당(PAN)의 호세피나 바스케스 모타 후보의 득표율은 26%. 이로써 PRI는 2000년 대선에서 PAN에 패한 이후 12년 만에 대권을 되찾았다.
니에토 당선자는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를 앞세워 6년여간 마약 관련 유혈사태에 질린 여론을 사로잡았다. 변호사인 그는 200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멕시코 주 주지사를 지내면서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주력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2010년에는 멕시코 최대 TV 방송인 ‘텔레비사’의 인기 드라마 스타 앙헬리카 리베라와 재혼해 화제를 모았다. 이 결혼은 비교적 젊은 정치인인 그가 기존 정치인들의 ‘보스’ 이미지와 차별되는 대중적 이미지를 굳히는 데 도움이 됐다. 니에토 당선자는 올해 PRI의 대선 후보 선출 이전부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렸다.
외신들이 꼽은 집권당 PAN의 주된 패인은 실종자를 포함해 5만여 명의 희생자를 낸 ‘마약과의 전쟁’이다. 펠리페 데헤수스 칼데론 이노호사 현 대통령이 “희생자 대부분은 마약밀매 이권 다툼 중 서로를 죽인 범죄자들”이라며 전쟁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현지 언론은 무고한 시민들의 피해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
니에토는 대선 캠페인 내내 집권당의 치명적 실책을 집중 공략했다. 취임 이후 치안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연방경찰력을 두 배로 증원하는 한편 타격 형태의 기존 마약거래 단속 방식은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또한 마약교정 당국과 갱단의 유착을 끊기 위해 시설을 개선하고 담당 공무원의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빈곤 퇴치를 위해 국내총생산(GDP) 연 6% 성장과 인프라 투자 확대, 노인복지 강화 등 관련 공약을 강조했다.
국가 최대 산업인 석유산업을 외국 기업에 개방하겠다는 공약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 개발, 정제, 생산 부문에 외국 자본 투자를 허용해 국영석유회사 페멕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멕시코의 석유산업 개혁은 헌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1938년 석유산업을 국유화한 것은 당시 집권당인 PRI였다. 경제위기를 핑계로 국가 기간산업을 외국 자본에 팔아먹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도 있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인 42%보다 현저히 떨어진 득표율은 ‘이미지 정치인’인 니에토의 실체와 10년 전 독재와 부패로 실권했던 PRI에 대한 국민의 불안심리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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