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 사태, 집권세력-국제사회 대결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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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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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사무총장 “대통령 물러나라”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유엔군 떠나라”

2명의 대통령이 동시에 취임하고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내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코트디부아르 사태가 현 집권 세력과 국제사회의 대결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은 18일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는 유엔평화유지군과 프랑스군의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며 새로운 병력으로 교대하는 것도 반대한다”면서 “평화유지군이 코트디부아르의 국내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이어 “외세에 맞서 코트디부아르의 주권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바그보 대통령의 철군 요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이례적이고도 강력한 그바그보 퇴진 요구에 맞서 나왔다. 반 사무총장은 “그를 대통령 직에 남아있도록 놔두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며 “그바그보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이 권력을 되찾으려는 시도는 허용될 수 없다. 그바그보 씨는 권좌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반 사무총장은 이어 “선거 결과는 이미 알려졌다. 분명한 승자가 나왔고 다른 선택은 없다는 것이 우리의 메시지”라며 알라산 우아타라 당선자에 대한 일관된 지지를 표시했다.

17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그바그보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19일까지 물러나지 않으면 유럽연합(EU)의 비자 금지, 자산 동결 등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트디부아르에는 2004년부터 1만 명의 유엔평화유지군과 900명의 프랑스군이 주둔하고 있다.

그바그보의 철군 요구 직후 반 사무총장은 “평화유지군은 평화를 유지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유엔군에 대한 어떤 공격도 국제사회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것이고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AP 등에 따르면 18일 평화유지군 기지가 그바그보를 지지하는 청년들의 총격을 받아 유엔 참관인 2명이 부상했다.

이에 앞서 17일에는 대선에서 승리한 우아타라 당선자 측의 임시 집무실이 있는 아비장의 골프호텔 주변에서 그바그보 측의 보안군과 우아타라를 지지하는 북부 반군이 교전을 벌여 약 30명이 사망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적십자에 따르면 대선 결선 투표 이후 발생한 양측 간 충돌에 따른 부상자는 약 550명에 이른다. 유엔의 비필수 요원은 이미 코트디부아르에서 모두 철수한 상태다. 외신은 “집권 세력과 평화유지군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며 유엔군과 그바그보를 지지하는 보안군 간의 전면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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