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슬러지’ 다뉴브강 덮쳐… 인근 6개국 환경재앙 초읽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8일 03시 00분


루마니아 등 식수원오염 비상…헝가리 “확산 막아라” 軍동원

헝가리의 한 알루미늄 공장에서 유출된 독성 슬러지가 7일 다뉴브 강으로 유입돼 동유럽에 생태계 파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슬러지는 이날 정오 다뉴브 강 지류인 라버 강을 거쳐 다뉴브 강 본류에 도달했다. 도브손 티보르 지역방재 책임자는 헝가리 MTI 통신에 “물고기가 죽었고 식물들도 구해낼 수 없었다”며 “머르철 강의 여러 곳에서 알칼리 농도를 낮추기 위해 산(酸)과 석고 반죽을 쏟아 부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총 길이 2850km로 볼가 강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다뉴브 강은 헝가리를 지나서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몰도바 6개국을 거쳐 흑해로 흘러들어간다. 사고로 유출된 100만 m³가량의 슬러지가 다뉴브 강을 따라 흐르면 하류 국가들의 식수원이 크게 오염될 뿐 아니라 중금속 때문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재앙이 초래된다.

현지 당국은 물속에 녹아있는 수소이온농도(pH)가 현재 10 이하로 떨어지는 등 독성 수치가 낮아지고 있어 추가적인 환경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헝가리 과학아카데미도 “성분 샘플을 검사한 결과 중금속 성분이 환경에 재앙을 미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이번 사고를 최근 30년간 유럽에서 발생한 3대 환경재난 중 하나로 규정하고 헝가리 정부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을 촉구했다. 하류 국가들도 피해를 우려해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헝가리에 조속한 수습을 촉구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

헝가리 당국은 6일에도 500명 이상의 재난방재청(NDU) 직원과 군인을 동원해 수백 t의 석고 반죽을 슬러지가 막 흘러들기 시작한 머르철 강에 쏟아 부었다. 석고 반죽은 슬러지의 흐름을 막고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헝가리 정부는 라버 강 유역에 있는 3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다뉴브 강 오염은 무조건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슬러지가 휩쓴 마을과 경작지에 대한 정화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헝가리 당국은 앞으로 슬러지가 거쳐 간 40km² 지역에서 토양 표면 2cm 두께의 흙을 모두 제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년 이상의 기간과 10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고로 4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으며, 120여 명이 병원에서 슬러지 접촉의 결과로 초래된 화학적 화상을 치료받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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