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미군 최고임무는 북핵 제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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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탤더 사령관 밝혀… “남북 충돌보다 北붕괴 가능성 더 높아”

키스 스탤더 미국 태평양해병대 사령관이 일본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 해병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유사시 북한 핵무기를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1일 보도했다. 스탤더 사령관은 아시아태평양에 배치된 미 해병대의 최고 지휘관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스탤더 사령관은 2월 17일 도쿄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일본 방위 관련 당국자 및 전문가와 만난 자리에서 “사실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의 (작전) 대상은 북한이다”라며 “이제는 남한과 북한의 충돌보다 김정일 체제의 붕괴 가능성이 더 높다. 이 경우 북한 핵무기를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발진기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 정부나 군 고위 관계자가 오키나와 해병대의 핵심 임무를 ‘북핵 제거’라고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그동안 ‘유사시 진입부대’로 불리는 오키나와 해병대의 주둔 이유를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억지력 확보와 재해 구조 활동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공식적으로 설명해 왔다. 이 자리에서도 스탤더 사령관이 이처럼 설명하자 한 일본 측 참석자가 “그렇다면 안보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미 해병대가 꼭 오키나와에 주둔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사실은 북핵 제거”라는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스탤더 사령관의 이 답변은 미국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중국이나 대만 문제보다 북핵 문제를 더 절박하게 여기고 있는 일본의 태도를 이용해 미국이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교섭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8년 6월 플루토늄 38.5kg을 보유하고 있다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통보했다. 핵무기는 6∼8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3월 8일부터 한국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는 ‘핵무기 등 북한의 대량파괴 무기의 수색 확보 제거’를 임무로 하는 미 특수부대의 수송이 포함돼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3월 24일에는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부 사령관이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한미 양국은 대량파괴 무기를 제거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그린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해병대는 북한 붕괴 시 대량파괴 무기를 찾아내는 임무를 수행하고 중국에는 대만 문제 등을 군사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신호를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모두 18만7000명인 미 해병대 가운데 오키나와 해병대는 해외에 거점을 둔 유일한 부대로 1만2400명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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