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대만 와주세요”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마잉주, 이재민 위로목적 野초청 승인
태풍 늑장대처 비판속 민심 고려한듯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27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사진)의 대만 방문을 승인했다. 마 총통이 중국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인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하는 것은 국내 정치 상황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마 총통은 취임 이후 양안 간 관계 개선에 노력해 왔다.

마 총통은 야당인 민진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태풍 ‘모라꼿’으로 실의에 빠진 주민들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달라이 라마를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대만을 방문하도록 초청한 데 대해 동의하는 태도를 밝혔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마 총통의 이런 행보는 태풍에 대한 늑장대처로 이반된 민심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마 총통은 태풍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지지율이 한때 13%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정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조치로 양안관계가 꼬일 수 있는데도 위험을 감수한 셈이다.

민진당 소속 인사들도 이런 약점을 파고들며 마 총통을 압박했다. 앞서 25일 달라이 라마를 초청한 천쥐(陳菊) 가오슝(高雄) 시장 등 민진당 소속의 지방자치단체장 7명은 “이번 초청은 정치적 목적이 없는 태풍 이재민에 대한 위로 차원”이라며 “달라이 라마도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은 태풍 피해가 심각한 곳들이다.

한편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에 중국 정부는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현재 인도에 망명 중인 달라이 라마는 1997년과 2001년 대만을 방문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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