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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7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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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지 80% 이상 녹지… 쓰레기차는 지하 통로로
10월 오픈 앞두고 전세계 관계자-건축가 발길
서울 한강 변에 소각장이 들어서면 시민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부분 반대하지 않을까.
서울시내 4개 소각장(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마포구 상암동, 강남구 일원동)은 건설 때부터 지금까지 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 나라에서나 소각장은 혐오시설로 꼽힌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 인근의 소도시 이시레물리노는 ‘파리의 한강’인 센 강변에 초대형 소각장을 만들고 있다. 서울 구로구의 자매도시인 이시레물리노는 센 강을 경계로 파리와 구분된다. 시는 센 강 남단에 소각장을 건립 중이다. 소각장과 센 강 사이의 거리는 20m에 불과하다.
○ 年250만 t… 서울 4개 소각장 처리량 넘어
이신이라는 이름의 이 소각장은 노후 주택과 공장이 밀집했던 3만8000m²의 용지에 들어섰다. 2003년 착공해 지난해 12월 시범 가동을 시작했다. 올해 10월 문을 연다.
어느 자치구도 쓰레기 소각장 건립을 원치 않을 때 앙드레 상티니 이시레물리노 시장은 주민을 설득해 소각장을 유치했다.
두 가지 조건을 달았다. 혐오시설로 보이는 굴뚝과 연기를 없앤다는 내용이었다. 건설을 맡은 도시환경기업 식톰(syctom) 사는 강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 높이를 21m(3층)로 제한했다.
또 굴뚝의 대부분을 지하에 묻기 위해 땅 밑을 최고 70m까지 팠다. 지상과 건물 곳곳에는 나무와 풀을 심어 공원으로 만들었다. 용지의 80% 이상이 녹지가 된다.
굴뚝은 높게 솟은 나무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게 설계했다. 또 초당 30m 속도로 증기를 방출시키는 신기술을 도입해 굴뚝으로 나오는 연기도 없앴다.
쓰레기를 실은 차량은 눈에 띄지 않도록 지하 통로로만 다니게 만든다. 겉에서만 보면 소각장인지 공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이시레물리노와 파리 일부 그리고 파리 주변 도시 인구 550만 명의 생활 쓰레기를 처리한다. 연간 처리량은 250만 t으로 서울시내 4개 소각장의 지난해 소각처리량(200만 t)을 넘는다.
쓰레기를 태우면서 나오는 증기로 주변 7만7000채에 난방을 공급한다. 폐기물은 센 강을 오가는 배로 날라 물류비를 절감한다. 공사비는 5억8000만 유로(약 9137억 원).
○ 예술 작품 같은 빈 소각장
친환경 소각장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신 소각장을 보고자 벌써부터 전 세계 도시 관계자와 공무원, 건축 전문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소각장 바로 옆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유럽 본사와 BNP파리바 등 세계적인 기업이 입주할 예정.
디자인을 통해 혐오시설을 관광 자원으로 만든 사례로는 오스트리아 빈의 슈피텔라우 소각장도 빠지지 않는다.
이 소각장 역시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도나우 강 운하 변에 우뚝 서 있다. 근처에는 지하철역이 있다.
하얀색 배경의 건물 외벽에는 파랑 빨강 검정 등 원색의 문양을 그렸다. 벽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에는 황금빛 구슬을 올렸다.
1971년 밋밋한 모양의 소각장이었던 이 건물은 1986년 화재 이후 새롭게 태어났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였던 훈데르트바서가 디자인했다. 요즘은 연간 50만∼60만 명의 공무원이나 학생이 찾는 빈의 명소가 됐다.
서울시는 올해 상계동 소각장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목동과 일원동의 소각장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한다.
이시레물리노·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MS 유럽본사 등 주변 유치 최대 2만명 고용창출 기대”
앙드레 상티니 시장▼
1980년부터 시장을 맡고 있는 상티니 시장은 빈민굴의 대명사였던 이시레물리노 시를 특유의 추진력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로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소각장 유치를 결정한 뒤 이곳에 쓰레기를 보내는 85개 지역 단체장의 의견을 물었다.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안 할 생각이었다. 천문학적인 건설 금액(5억8000만 유로)은 그렇게 마련했다”고 말했다.
주민의 반대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까지도 반대 시위를 하는 주민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 소각장이라기보다 친환경 공원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상티니 시장은 소각장 주변에 세계적 기업이 입주하는 데 대해 “소각장이 환경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을 입증한다. 뒤편은 HP, 옆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유럽 본사가 들어온다. 세계적 기업이 들어오면서 최대 2만 명의 고용 창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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