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미국 외교관 300여 명은 지난달 31일 국무부 청사에 모여 이라크 근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며 사실상 집단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는 “이라크에 가라는 것은 잠재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죽거나 다치면 우리 아이들은 누가 키워 주느냐”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고 BBC는 전했다. “이 시점에서 대사관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라크 근무에 대해 외교관들까지 등을 돌림에 따라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정책을 추진하기가 더욱 곤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국무부가 지난달 26일 외교관 250여 명에게 이라크 바그다드와 주변지역 파견자 후보로 선정된 사실을 통보한 데서 비롯됐다. 통보를 받은 외교관들은 열흘 안에 수용 여부를 밝혀야 한다. 이 중 48명은 내년 초부터 1년간 현지근무를 하게 된다.
2003년 이라크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근무한 외교관 1200여 명은 모두 자원자로 채워져 왔다.
하지만 이라크의 치안 상황이 악화되고 근무환경도 열악해지자 자원자는 급감하고 본국 복귀 희망자는 늘어나 국무부는 강제 발령을 내야 하는 비상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국무부는 자원자가 모자랄 경우 강제 발령을 내고 이를 거부하는 외교관에겐 해고를 포함한 강력한 징계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국무부는 이라크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현지의 불만이 잇따르자 몇 달 전부터 아랍어 연수 신청을 받는 한편 이런 방침을 공공연히 밝혔다.
미국에서 외교관의 해외 강제 발령은 1990년대 이래 거의 없던 일이다. 국무부는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9년 초임 외교관을 중심으로 베트남 발령을 냈고 1970, 80년대에는 일부 외교관에게 아프리카 근무를 지시한 적이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