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새해가 되면 ‘무엇을 들을까’가 하나의 이벤트가 됐다. 발매 연도와 상관없이 새해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인기를 끄는 이른바 ‘새해송’이 등장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 1일 오전 1시, 음원 사이트 멜론 실시간 차트 정상에는 걸그룹 아일릿의 ‘럭키 걸 신드롬’(2024년)이 올랐다. 청량한 멜로디에 ‘행운’이라는 직관적인 메시지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2위를 차지한 ‘이루리’(2019년) 역시 희망적인 제목과 “모두 다 이뤄지리”라는 노랫말 덕분에 해마다 연초면 소환되는 ‘새해 연금송’으로 자리 잡았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도 연초만큼은 기분 좋은 기대를 품고 싶어지는 법이다. 새해의 설렘을 ‘노래’로 한 번 더 끌어올려보는 건 어떨까. 대중음악 전문가들에게 새해에 듣기 좋은 다양한 새해송을 추천받아봤다.
● “이겨버리겠다”는 새해의 기상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은 ‘도전과 용기’를 북돋는 노래가 잘 어울린다.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멋진 경기를 펼칠 거라고 다짐했던 말들은 오늘은 무효야. 이번엔 이겨 버리겠어.” 싱어송라이터 이승윤의 정규 3집 ‘역성’(2024년)에 실린 ‘리턴 매치’는 새해 각오에 과감한 추진력을 부여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며 “진솔한 태도로 각자의 승리를 쟁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69년 비틀즈의 정규 12집 ‘애비 로드’(Abbey Road)에 실린 명곡 ‘히어 컴즈 더 선’(Here Comes The Sun)도 새해의 희망과 잘 어울리는 노래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글로벌K컬처센터장은 “생기 넘치는 멜로디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로운 힘을 얻고자 하는 가사가 조화를 이룬다”고 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해 나온 올데이프로젝트의 ‘페이머스’(Famous)를 새해 자신감을 북돋는 곡으로 꼽았다. 그는 “‘올데프’는 지난해 하나의 ‘현상’이라 할 만큼 대중적 반응을 이끌어낸 팀”이라며 “아직 유명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나아가려는 태도를 새해에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과한 비장함을 덜어내자는 제안도 이어졌다. 여러 전문가들이 유머와 여유가 배어 있는 장기하의 노래를 추천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첫 정규 앨범 ‘별일 없이 산다’(2009년)에 수록된 ‘느리게 걷자’를 추천하며 “때로는 보폭이 작은 걸음의 힘을 믿어보는 것도 좋다”고 했다. 나른한 통기타 선율과 “죽을 만큼 뛰다가는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친다”는 가사가 조급함을 달래준다.
2022년 발표된 장기하의 솔로곡 ‘부럽지가 않어’를 추천한 서정민갑 평론가는 “우리는 이미 충분히 애쓰며 살고 있다”며 “이 노래처럼 코믹한 시선으로 긴장을 풀고 한 해를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잔잔한 연주로 숨 고르는 새해
속도와 효율, 첨단이 일상이 된 시대 가사 대신 선율로 숨을 고르게 하는 연주곡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와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이 협연한 ‘Spiritual’(1997년)을 추천한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인공지능(AI)과 국제 정세 등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이 곡은 ‘인간적인 음악’이 무엇인지 다시 환기시킨다”고 설명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해 나온 노르웨이 트럼피터 마티아스 아이크(Mathias Eick)의 ‘호프(Hope)’를 추천했다. 임 평론가는 “트럼펫과 피아노 솔로가 애수 어린 선율을 감싸며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연주곡”이라며 “첨단이라는 이름의 창이 찔러오고, 희비와 부침이 삶을 마모시키는 새해에도 곳곳에 희망이 여울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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