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대북조정관 임명 강력 요구할 것”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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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의회 내에는 행정부가 북한과의 수교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포괄적 요구 대신 핵문제의 만족스러운 해결만 내걸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7일 중간선거에서 예상대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이런 문제들을 포함해 대(對)북한 정책과 통상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아시아문제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5일(현지 시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을 때 의회는 대북정책에 매우 단호했다. 민주당은 클린턴 행정부가 뭔가 하길 요구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면 우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지난달 17일 발효된 ‘국방수권법’의 철저한 이행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60일 내에 고위급의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 법을 만들 때 목표 가운데 일부는 대북 정책의 결정권을 딕 체니 부통령실에서 국무부와 조정관으로 옮긴다는 것이었다. 현재 대북 정책에서 국방부의 역할은 적어졌지만 체니 부통령은 계속 큰 목소리를 갖고 있다.”》

―대북 직접 협상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게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 의원의 견해이고 조정관 자리를 만든 의원들의 아이디어다. 조정관이 대북 직접 대화에 나서고, 6자회담에서 미국을 대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국방수권법을 철저히 이행하지 않고 어떻게든 피해 가려 할 수도 있다.”

―6자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에 큰 변화는 없을까.

“아직 부시 행정부가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조짐은 없다. 하지만 현재 변화가 가능한 핵심 이슈는 대북 수교 조건에 관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핵문제뿐만 아니라 인권, 미사일, 금융이슈, 재래식 전력 등 여러 문제의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의회 내에는 수교의 조건을 핵문제의 만족스러운 해결로 좁히자는 의견이 있고, 이 문제가 현재 워싱턴에서 토론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정책을 바꿀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토론과 논쟁이 많아질 것이다.”

―선거 결과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미칠 영향은….

“개성공단 사업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한미 FTA에 대해 미 의회의 인준을 받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자동차 문제만 해도 하원 소위 위원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샌더 레빈(민주당) 의원은 지역구가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간 주다. 쌀 문제도 그렇고. 개성공단 사업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커다란 이슈다.”

―한미 군사동맹의 변화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많은 도전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선 전시에 69만 명의 미군이 증원된다고들 얘기하는데 한국인들은 미군이 직면한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 문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와는 관련이 없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계속되는 전쟁은 상황을 매우 급격히 변화시켰다. 69만 명을 증원해 파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방부 관리들은 이라크, 아프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분쟁에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은 2, 3개 전투 여단밖에 없다고 말한다. 69만 명이 아니라 많아야 1만6900명 수준인 것이다.”

―‘69만 명 증원’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

“전시 증원은 한국 국방부의 백서에 나오며, 69만 명이란 수효는 과거 양국이 함께 만든 ‘전시작전계획’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그 작전계획은 연합사 해체 여부와 관계없이 대대적으로 재검토될 것이라고 국방부 관리들은 말하고 있다. 지상군 감축도 그 같은 재검토에서 주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한미연합사가 2011∼2012년에 해체되면 지상군을 추가 감축하고 한국에는 공군을 위주로 남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때쯤이면 주한미군사령관은 육군이 아니라 공군 장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주한미군이 일본으로 옮겨갈 미군 1군단사령부에 배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일본의 1군단사령부를 주한미군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모든 미군의 최고사령부 조직으로 만들 계획이다. 미국의 의도는 1군단사령부에 주한미군을 넣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새 외교안보 진용에 대한 평가는….

“예전에 미 워싱턴에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평판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몇 주간 그가 한 좀 더 논쟁적인 발언들은 예전만큼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이 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라는 발언은 역사적으로도 완전히 틀렸다. 로마 제국을 보라. 오스만 제국, 프랑스 제국은 어떤가. 미국은 훨씬 아래쪽이다.

누구나 실언을 할 수 있다. 이번 미국 선거를 보라. 중요한 것은 틀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정정하는 것이다. 미국은 송 장관에 대해, 그리고 그가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약간의 불확실성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래리 닉시

66세. 역사학 박사. 미국 의회 정책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의 아시아 문제 전문가로 오랫동안 동아시아와 미국의 안보 정책을 연구해 왔다. 2002년 3월 작성한 ‘한미관계 보고서’에서 현대가 금강산 관광 사업의 대가로 공식 지원금 이외에 4억 달러를 북한에 비밀리에 제공했으며, 이 돈이 군사비로 전용됐을 수 있다는 의문을 최초로 제기했다. 정치위기관리그룹(PRS)의 선임 자문역을 겸임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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